리비아, 팬암기 폭파사고 희생자 보상금 27억달러 제의

  • 입력 2002년 5월 29일 17시 43분


88년 팬암 103기 폭파사고 이후 14년동안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쳐 온 리비아 정부가 27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리비아는 88년 12월21일 영국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추락, 270명의 희생자를 낸 팬암 103기 폭파사고의 유족들에게 모두 27억달러의 보상금을 제의했다고 유가족측 법률회사가 28일 발표했다.

27억달러는 유족당 1000만달러(약 124억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책정됐다. 조건은 팬암 사고 이후 미국과 유엔이 리비아에 취하고 있는 경제 제재의 해제.

리비아는 유엔이 제재를 해제할 경우 400만달러, 미국이 해제할 경우 400만달러, 그리고 미국이 테러리즘 지원 국가명단에서 리비아를 제외할 경우 나머지 200만달러를 유족들에게 각각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족들이 제의를 수락할 경우 96년 리비아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이 소송이 마무리되며92년 4월15일부터 리비아에 취해진 유엔의 경제제재 해제조건 중 하나가 충족된다.

희생자 118명의 유족을 대리하고 있는 짐 크라인들러 변호사는 “리비아가 보상금을 제의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환영했다. 미 언론들은 유족들이 대체로 이 제의를 수용하는 쪽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엔이 소송 당사자가 아니어서 유족의 수락만으로 경제 제재가 해제될 수는 없다.

뉴욕타임스는 29일 미 백악관 관리가 “이번 제의는 필요조건은 충족시켰지만 충분조건까지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리비아에 이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테러리즘을 포기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신문은 “미국과 영국 리비아가 이 같은 선언 문구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런던에서 다음달 3자가 만날 예정”이라고 전해 협상 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은 최근 연례 테러보고서에서 리비아 정부가 과격분자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스코틀랜드 고등법원은 지난해 3월 기내에 폭탄을 설치한 리비아인 압델바세트 알리 알 메가리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 20년간 가석방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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