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관방장관은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핵무기에 대해) 헌법상, 법이론적으로 보유해서는 안 된다고 쓰여 있지는 않다고 본다” “비핵 3원칙은 정책적 판단으로서 (핵무기를) 보유하지 말자는 뜻이나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보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또 다른 수뇌는 “지금은 헌법도 바꿀 수 있는 시대이므로 국민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하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맞장구쳤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실언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소형일 경우 일본의 원자폭탄 보유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 최근 관방장관의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과정에 이 말이 나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 발언은 또 얼마전 자유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당수가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아침에 수천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고 한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 우경화의 가속화는 주변국들에 경계의 대상이 돼 왔다. 비근한 예가 4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기습참배와 전쟁대비(유사법제)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일 등이다. 일본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평화헌법 구조가 금지한 재무장의 길로 나설 때 나타날 결과는 뻔하다. 동북아의 군비경쟁이 격화되고 갈등은 더욱 첨예화될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현 내각에서는 비핵 3원칙을 견지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단순히 말로만 끝낼 사안이 아니다. 일본의 재무장과 우경화를 깊은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주변국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망언을 근원적으로 막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이번 사태에 대한 일본 정부 차원의 책임있는 조치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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