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A의 임무는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통신 감청. 한 해 5조원의 예산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11 테러와 같은 방대한 규모의 작전에 대해 단서를 포착하지 못한 것은 용납되기 어려운 실패라는 것.
NSA 전문가인 제임스 뱀포드 UC 버클리대 방문교수는 2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알 카에다의 한 세포가 NSA의 정문 앞인 메릴랜드 로렐에 살고 있었지만 NSA는 감쪽같이 모르고 있었다”면서 NSA의 구조적 취약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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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오사마 빈 라덴이 사용한 위성전화번호다. NSA는 이 번호를 통해 손쉽게 알 카에다의 움직임을 파악해왔다. 그러나 98년 알 카에다가 케냐와 탄자니아 미 대사관을 폭파했을 때 NSA는 사전에 적발하지 못했다. 빈 라덴은 미국이 도청하고 있는 것을 알고 역정보를 흘리거나 통화내용을 암호화함으로써 NSA를 따돌렸다.
NSA가 냉전시대 구소련의 움직임처럼 고정된 표적을 감청하는 데만 익숙해 알 카에다와 같이 소규모의 기동성이 강한 테러조직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다른 원인은 통신 감청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 97년의 경우 NSA의 감청대상 통신량은 820억분에 이르렀다. 테러리스트들이 다양한 토착언어를 구사하는 점도 새로운 도전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6500개의 언어가 있지만 NSA가 다룰 수 있는 언어는 115개 밖에 안 된다는 것.
뱀포드 교수는 “NSA가 90년 이후 인원을 3분의 1로 줄이면서 기술력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