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립보건원(NIH)은 15년 동안 원숭이에 대한 실험을 마치고 사람을 상대로 섭취 칼로리의 양을 줄이는 실험에 들어간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일 보도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생물학자 레너드 궈렌트는 “지금까지의 실험에서 칼로리 섭취량을 줄인 모든 동물의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에 만약 사람에게 이것이 통하지 않는다면 놀랄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NIH는 수백명의 자원자를 모집했다. 자원자들은 앞으로 과학자들이 처방한 식사만을 해야 하며 하루 3끼 중 2끼는 실험 식당에서 먹어야 한다. 이들은 평소보다 20∼30% 적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자원자들의 신진대사와 혈당 지질(脂質) 수준 체온 등을 기록한다. NIH는 3년간 계속될 이 실험에 2000만달러(약 250억원)를 투입한다.
굶주림의 고통은 심각할 전망. NIH는 원숭이 실험에서 정상적인 칼로리양보다 30% 적게 섭취한 그룹과 정상적인 식사를 한 그룹으로 나눠 비교했다.
자원자에게 이 수치를 적용하면 하루에 여성은 1120㎉, 남성은 1540㎉밖에 섭취하지 못한다. 맥도널드 햄버거 한 개와 감자튀김, 콜라 한 잔이면 벌써 1450㎉다.
그러나 굶주림에 대한 보상은 적지 않다. 15년 동안 저칼로리를 섭취한 원숭이 그룹에서 암 심장병 당뇨 신장병 등 나이와 관련된 병에 걸릴 수치는 14%에 불과, 정상적으로 식사한 그룹의 32%보다 훨씬 낮았다.
전자의 사망률도 14%로 후자의 22%보다 낮았다. 전자에서는 C58이라고 명명된 원숭이가 1월에 38세의 생일을 맞았다. 인간에게 대입하면 114세에 해당되는 나이다. 원숭이의 평균수명은 25세다.
쥐 실험에서는 30% 칼로리를 줄일 경우 최대 수명이 30%나 늘어났다. 100세까지 살 사람이 150세까지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오키나와 섬의 130만명의 주민도 비근한 예다. 이 섬의 주민은 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이 34명이나 돼 미국 평균보다 3배나 많다. 이들은 하루 1800㎉의 간소한 식사를 한다.
그러나 마르지 않은 젊음의 샘을 발견했다고 성급히 결론 내릴 때는 아니다.
이미 자발적으로 저칼로리 식이요법을 실천하고 있는 일부 그룹에서는 화를 잘 내고 성욕이 감퇴하는 현상과 함께 골다공증의 증세가 관찰되고 있다.
소식과 장수를 연결시켜주는 이론이 의학적으로 확립되지는 않았다. 음식을 분해할 때 나오는 잠재적인 독성성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또는 칼로리 감소에 놀란 몸이 ‘생존 모드’로 전환, 생존에 꼭 필요한 기능만 수행하기 때문에, 또는 체온이 낮아져서 그렇다는 다양한 이론들이 나오고 있을 뿐이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