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만 아니다. 그의 독특한 팀 운영은 장기 침체 속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일본의 많은 기업인들에게 훌륭한 경영지침이 되고 있다. 한국에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있다면 종목은 다르지만 일본엔 호시노 감독이 있는 셈이다.
‘실적은 밑바닥을 기고 월급도 업계 최하위. 부장은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지만 의욕을 잃은 부하들은 곧바로 무시한다.’
회사에 비유한다면 작년까지 한신 타이거스는 이런 팀이었다. 1985년 우승한 뒤 17년 동안 꼴찌를 무려 10차례나 했다. 실적이 부진하다보니 구단 연봉총액도 15억3290만엔으로 12개구단 중 11위. 최고 수준인 요미우리 자이언트(41억1577만엔)의 3분의 1 수준이다. 선수들은 의욕을 잃었고 틈만 나면 감독을 원망했다.
그러던 한신 타이거스가 올 시즌 들어 승률 6할대로 46년 만에 최고기록을 내고 있다. 만년 꼴찌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경기 때마다 펄펄 날고 있다. 홈런 타점 등 5개 부문에서 한신 선수들이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 시즌 우승도 바라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부인의 탈세사건으로 물러난 노무라 가쓰야(野村克也) 감독의 뒤를 이어 팀의 사령탑이 된 호시노 감독은 한신에서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일까.
주니치 드래건스 감독 시절 과격하고 괴팍하기로 소문났던 호시노 감독은 팀을 관리하지 않고 경영했다. 우선 “네버, 네버, 네버 서렌더(절대 절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선수들을 패배의식에서 건져냈다.
화를 잘 내는 성격이지만 선수들을 칭찬하는 데도 인색하지 않았다. 모두가 자신을 무서워하도록 만들면서도 칭찬할 때는 많은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치켜세웠다. 매사에 신상필벌을 명확하게 적용했다.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일일이 관심을 쏟았다. 각자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 슬쩍 지나가는 말로 충고하는가 하면 지방 원정경기 후에는 그 지역 특산품을 사다가 선수들 가족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쓸데없는 간섭은 하지 않았다. 철저한 분업원칙에 따라 실전훈련은 타격코치 특명코치 전술코치에게 일임했다. 그동안 소원했던 한신 타이거스의 연고지 인사들과의 관계도 개선했다. 한신은 어느새 ‘모두에게 사랑 받는 팀’으로 바뀌었다.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는 최근 호시노 감독의 팀 경영의 요체를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 호탕함 △박력 있는 퍼포먼스 △명쾌한 신상필벌 △철저한 정보 수집력 △절묘한 참모 인사 △뛰어난 대외 정치력 △고객 제일주의 등 7가지로 들고 이것이 오늘의 한신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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