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발표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신설안(본보 6월7일자 A12면 참조)은 국토 방어와 국민 생존권 보호라는 중요한 임무에도 불구하고 의회 청문회를 겨냥한 ‘정치용’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미 상·하원 정보위원회는 4일부터 ‘9·11 테러 참사’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책임을 묻기 위한 합동청문회를 열고 있다. 이 청문회에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로버트 뮬러 국장과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비롯한 미 정보·사법기관의 고위 관리들이 대거 출석, 증언하도록 예정돼 있다.
민주당측은 청문회에서 9·11테러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집중적으로 따질 예정. 따라서 국토안보부 발표는 그 시점 등으로 미뤄볼 때 의회의 압박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민주당측의 주장.
비판론자들은 정부의 테러 대처 능력에 대한 미국민의 불신을 일시에 씻기 위한 의도도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신설 부서에 무려 17만명에 이르는 인력과 375억달러의 예산을 배정키로 한 것은 바로 이런 효과를 노린 제스처라는 것.
규모로 볼 때 국토안보부는 국방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부서로 이번 개편안은 1945년 해리 트루먼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와 국가안보위원회(NSC)를 창설할 것을 제안한 이후 가장 큰 정부기관 창설안이다.
일각에서는 과연 이런 식의 부서 창설이 근본적인 테러방지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기도 한다. 9·11테러에서 보듯이 부서나 조직이 없어서 테러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내년초 신설될 국토안보부는 △7514마일에 이르는 국경과 9만5000마일의 해안선의 경비 △테러 발생시 신속 대응 △화생방 공격에 대한 대응 △테러 관련 정보 분석 및 중요 기간시설 보호 등 크게 4가지 임무를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이슬람권 거센 반발▼
미 법무부가 4일 이란 이라크 리비아 등 테러 지원국가의 국민을 포함, 외국인들을 상대로 미국 입국시 지문 채취 및 사진촬영을 의무화하는 국가안보 출입국 등록제를 실시키로 발표한 데 대해 이슬람권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이민자들의 로비단체인 전국이민포럼(NIF)은 6일 “국가안보 출입국 등록제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고, 행정인력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이슬람교도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또 싱크탱크인 이민자 연구 센터의 스티븐 카마로타는 테러용의자로 미 정부에 체포된 자카리아스 무사위가 프랑스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을 예로 들며 “많은 테러리스트들이 러시아 인도 필리핀 등의 여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안보 출입국 등록제는 효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이번 조치에 이슬람신도와 아랍권이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이들은 국안보 출입국 등록제가 실시돼도 미국이 더 안전해지지는 않을 것이고, 미국의 이미지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일단 테러지원국 및 중동국가 출신의 미 방문객을 상대로 이 제도를 실시할 것으로 보이나 다른 국가 출신들에게까지 이를 확대할 경우 국제적 논란이 크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