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일본과의 경기에서 러시아팀이 패배하자 흥분한 수천여명의 러시아팬들이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에서 난동을 부려 경찰관을 포함해 2명이 죽고 71명이 부상했으며 20여대의 자동차가 부서졌다. 훌리건들이 시내를 몰려다니며 일본인으로 보이는 동양계를 무차별 습격해 차이코프스키 음악콩쿨에 참가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온 음악가와 유학생 등 5명의 일본인이 다쳤다. 일부는 모스크바 주재 일본 대사관 습격을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은 1시간여만에 9발의 공포탄까지 쏜 끝에 겨우 사태를 진정했으며 현장에서 113명을 체포했다. 모스크바 시정부는 시내 중심가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을 모두 철거해 앞으로 모스크바에서는 거리응원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8년만에 본선에 오른 러시아는 H조 선두를 달려 팬들의 기대를 모았으나 일본에 불의의 일격을 당해 16강 진출이 불투명해진데다가 이번 폭동으로 월드컵 열기까지 급격히 식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월드컵이 문제가 아니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번 소요사태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집무하는 크렘린궁 바로 옆에서 일어났으며 하원의사당 등 국가기관과 외국인을 공격하는 등의 사태로까지 발전했기 때문이다.
알렉세이 볼린 러시아 내각 사무차장은 "이번 난동은 수백만명의 러시아 축구팬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최 모스크바시 대변인은 "경찰이 현장에서 찍은 사진 판독작업을 통해 주모자를 가리고 있으며 검찰과 협의해 엄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 당국은 사태에 가담한 '폭도'가 6000∼7000명이라고 밝혔다.
9일 저녁(현지시간) 크렘린궁 옆 마네즈광장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던 축구팬들은 후반전 러시아가 일본팀에 한골을 잃자 병을 집어던지며 근처에 서 있던 자동차를 뒤집고 불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