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본토와 프랑스령 등 577개 선거구에서 9일 실시된 총선 1차 투표 최종집계 결과 중도우파와 좌파가 각각 43.62%, 36.02%를 득표했다고 프랑스 내무부가 10일 발표했다.
이 같은 득표율을 16일 실시되는 2차 투표에 대입할 경우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우파는 전체 577석 가운데 380∼446석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의 대선 패배와 정계 은퇴 이후 혼란을 겪고 있는 좌파는 127∼192석에 그칠 전망.
중도우파가 2차 투표에서 압승하면 서유럽의 우파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80년대 이후 프랑스 정치를 이끌어 왔던 좌파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위협받게 됐다.
득표율과 예상 의석수의 차가 큰 것은 투표를 1, 2차에 걸쳐 하는 선거 방식 때문. 1차에서 유효투표의 과반수를 얻은 후보는 당선이 확정된다. 9일 투표에서는 중도우파 후보 56명과 사회당 후보 2명의 당선이 확정됐다.
▽‘동거 정부는 이제 그만’〓중도우파 승리의 최대 요인은 말 많고 탈 많던 좌우동거(Cohabitation) 정부를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
동거 정부 재현을 막기 위해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줄인 뒤 치르는 첫 번째 총선인 데다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중도우파가 ‘진정한 다수’를 얻도록 해달라고 한 시라크 대통령의 호소가 먹혀들었다.
▽극우파의 부진〓이번 투표에서 극우파 가운데 국민전선(FN)만의 득표율은 12.2%. 20%에 육박했던 지난 대선은 물론 14.94%를 얻은 97년 총선 1차 투표 때보다 표가 줄었다.
극우파 지지자들이 소선거구제 아래서 극우 후보가 당선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전폭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파인 시라크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좌파 정부에 대한 불만이 다소나마 해소됐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왔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