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교민들은 10일 오전 2시반(현지시간)에 시작된 미국과의 경기를 TV를 통해 지켜보면서 한국팀을 응원하느라 밤을 하얗게 새웠다. 4일 폴란드와의 경기 때처럼 1000여 교민들은 플러싱의 서울플라자에 마련된 단체관람장을 찾아 100인치 TV를 보면서 응원단장의 선창에 맞춰 구호를 외쳐댔다.
한 교민은 “일요일인 9일 낮잠을 충분히 잔 뒤에 새벽에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나왔다”면서 “바쁘게 사느라 잊고 있었던 조국에 대한 관심을 월드컵이 되살려 주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교민들도 대형 스크린이 마련된 단체응원장을 찾아 한국 선수들의 투지에 찬 플레이에 환성을 질렀다.
○…미국의 열성적인 축구팬들은 한국과의 경기가 이른 시간(동부시간으로 10일 오전 2시20분)에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TV 등을 갖춘 스포츠 바와 카페에 모여 열띤 응원으로 미국팀의 16강 진출을 기원했다.
상대적으로 축구에 관심이 더 많은 중남미 출신의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은 평소엔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을 집중 응원했으나 이날만큼은 미국팀의 승리를 열렬히 기원.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는 재중국 한국인회 주관으로 유학생 등 한국 교민 1000여명이 베이징체육관에 모여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특히 한국인회는 미국과의 경기가 KBS TV를 통해 중국에 중계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 CCTV의 협조를 얻어 위성으로 경기 장면을 별도로 받아 체육관 한가운데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방영했다. LG전자도 대형 TV 2대를 협찬했다.
오후 2시부터 체육관에 삼삼오오 모여든 교민들은 한국계 이벤트 업체인 드림캐츠에서 파견된 직원의 진행으로 경기 중간중간 ‘대∼한민국, 짝짝짝’ 등의 구호와 파도타기 등으로 응원을 펼쳤다.
○…베트남에서는 진출 기업들이 현지 종업원들까지 동원해 응원했다. 주 베트남 한국대사관은 경기 시작인 오후 1시30분(현지시간)부터 끝날 때까지 업무를 일시 중단했다. 대사관 건물이 입주해 있는 대우호텔은 월드컵을 맞아 옥상인 18층 바와 1층 로비에 100인치 크기의 대형 TV를 설치해 놓고 교민들이 단체응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베트남 진출 기업들 대부분은 강당 등지에서 종업원들과 함께 한국팀을 응원했다. 대우자동차 투자기업인 비담코는 한국팀 승리시 특별보너스 지급을 500여명의 종업원들에게 약속했었다.
○…일본은 9일 밤 러시아를 상대로 월드컵 첫 승을 올려 16강 진출이 유력해지자 상당히 여유 있는 모습. NHK 아나운서는 “한국이 미국과 중요한 일전을 벌인다”며 “공동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이 함께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하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그러나 이날 NHK와 민방 중 어느 방송도 한-미전은 중계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일본 방송 컨소시엄이 64개 조별 예선 중 40개 게임만 중계하기로 계약했고 이 중에 한-미전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반미감정 때문에 이번 경기를 ‘복수전’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10일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김동성(金東聖) 선수로부터 금메달을 빼앗아 간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 선수가 응원을 하기 위해 대구에 올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국민의 반미감정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이한동(李漢東) 총리는 물론이고, 쇼트트랙의 김동성 선수도 대구경기를 관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또한 동아일보를 비롯한 한국 언론들은 ‘성숙한 응원을 하자’며 국민의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이종환기자 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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