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對)테러전쟁 때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계획을 총괄하는 ‘전쟁 장관’의 임무를 훌륭히 수행했던 럼즈펠드 장관은 전쟁이 끝나면서 ‘국방장관’으로서의 정확한 역할 설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엘리엇 코언 존스홉킨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미 외교안보 전문잡지 포린어페어즈 5, 6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분석했다.
코언 교수에 따르면 럼즈펠드 장관의 영향력 감소는 국방부 관료조직에 대한 개혁 실패와 9·11테러 이후 등장한 새로운 국제 안보질서에 대한 대응 부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8만여명의 인력을 가진 국방부는 미 정부 부처 중 가장 크고 가장 관료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조직. 럼즈펠드 장관은 지난해 취임 이후 꾸준히 국방부 개혁을 시도했으나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이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차세대 무기개발 계획은 통합전투기(JSF), 전투용 헬리콥터 V22 오스프레이 등 기존 무기에 막대한 투자를 해 왔던 군수업체들의 반대 로비로 인해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9·11테러 이후 전쟁의 주체와 동기, 수행방식 등이 급변하면서 새로운 국제안보 질서가 대두되고 있으나 냉전주의적 사고에 익숙한 럼즈펠드 장관이 이같은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전쟁의 주체는 과거 국가에서 9·11테러 이후 알 카에다와 같은 조직 중심으로 변하고 있으며 갈등의 동기도 정치적인 것에서 종교적 개인적인 것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