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더티밤’ 공포…알카에다 테러혐의자 검거

  • 입력 2002년 6월 11일 18시 20분


미국 정부가 10일 ‘더티밤(dirty bomb)’을 이용한 테러 혐의자(사진)를 적발했다고 발표함으로써 더티밤의 파괴력 내지는 살상범위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 알 카에다 등 테러조직이 제조원료인 방사능물질을 이미 입수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정부의 이 같은 발표 배경에 정치적 고려는 없었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더티밤이 주는 충격〓전문가들은 더티밤의 테러 위협은 폭탄 자체에 의한 인명피해보다는 사회혼란과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더 큰 우려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담아 폭발시키는 더티밤으로 테러리스트들이 노리는 것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려는 것이라고 존 포스턴 시니어 텍사스 A&M대 핵공학과 교수가 한 말을 인용해 뉴욕타임스가 11일 전했다.

또 국제전략연구센터의 필립 앤더슨 박사는 워싱턴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 앞에서 인공방사능 동위원소 세슘 1.5파운드(680g)가 들어간 TNT폭탄 4000파운드(1812㎏)가 터질 경우 수만명이 사는 주택과 직장이 연간 자연 및 인공적으로 노출되는 것보다 25% 정도만 더 오염되는 데도 주민들은 이곳을 피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뮬러 FBI국장 기자회견 - 워싱턴AP연합

CNN방송은 10일 “더티밤이 터질 때 바람의 상태와 대피속도 등에 따라 재래식 폭탄보다 사상자가 덜 발생할 수도 있지만 방사능 물질이 가져다주는 공포와 두려움 때문에 도시가 마비되고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물리학회(AIP)는 3월에 발표한 자료에서 “더티봄으로 인한 암 사망자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폭발 현장에서 벗어나려다가 교통사고를 내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마비 사망자가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 카에다의 입수 가능성〓더티밤은 특별한 제조기술이 필요없이 폭탄과 방사능 물질만 구하면 만들 수 있다. 핵무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 우라늄 등을 손에 넣기는 힘들지만 항암치료용이나 아스팔트 두께 측정용 등 의료 산업용으로 쓰이는 방사능 물질은 이보다는 입수가 훨씬 쉽다.

뉴욕타임스는 11일 “미 전역에 방사능 물질이 있는 곳이 200만 군데나 되며 2만1000명이 취급면허를 소지하고 있다”면서 “방사능 물질 분실 또는 도난 사고는 작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6개월간 107건에 이르는 등 최근 연평균 375건 수준”이라고 전했다.

미 당국은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더티밤을 제조할 수 있는 인공방사능 동위원소인 스트론튬90과 세슘137을 입수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3월 보도했다.

이 신문은 11일 미 정보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빈 라덴의 방사능 물질 창고는 남부 및 중앙아시아 지역에 있는 것으로 보이며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찾아내지 못했다”고 전하고 “테러리스트들이 과거에는 방사능 물질을 밀수하려 했으나 최근에는 사거나 훔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미 당국은 ‘9·11테러’ 직후 워싱턴과 뉴욕을 겨냥해 방사능 물질이 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관검색대에 휴대용 방사능탐지기 4000대를 지급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미국의 발표 배경〓미 법무부가 ‘더티밤 테러기도 적발’을 긴급 발표한 데 대해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발표시기에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11일 “테러 대비는 중요하지만 급기야 ‘핵 테러’ 위협을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경고판 바늘이 휘어버렸다”고 지적하면서 행정부의 테러대응에 대한 의회의 조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국토안보부 신설 방침 등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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