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테러위협 거듭 경고

  • 입력 2002년 6월 13일 22시 27분


‘더티 밤(Dirty Bomb)’ 테러 위협이 과장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2일 “살인자들이 여전히 우리 주변에 잠복 중”이라며 “미국은 공격 위협에 놓여 있다”고 거듭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생화학 테러에 대처하기 위해 46억달러 상당의 예산을 편성하는 법안에 서명한 뒤 “테러단체는 생화학무기를 입수하려 하고 있다”며 “생화학 테러가 미국에 현실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더티 밤’ 테러 음모를 발표한 존 애슈크로프트 미 법무장관도 이날 스위스를 방문 중 미국에 대한 새로운 테러 공격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은 ‘더티 밤’ 테러 용의자인 호세 푸초 파딜라(일명 압둘라 알 무하지르·31) 체포를 계기로 테러 단체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AP통신은 이날 파키스탄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 “파딜라와 같은 테러 용의자 베냐민 아메드 모하메드가 파키스탄에서 구금된 채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의 심문을 받고 있다”면서 “양국 정보요원들이 파키스탄에서 파딜라와 제휴한 세력을 색출하기 위해 도시와 종족 마을, 시골 등 구석구석을 뒤지고 있다”고 전했다.

파딜라는 9·11 테러 이후 오사마 빈 라덴의 측근을 만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잠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탈레반 정권이 붕괴한 직후 알 카에다 서열 2위로 추정되는 아부 주바이다 등 알 카에다 지도부가 숨어 있는 파키스탄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더티 밤’ 테러 위협이 과장된 것이라는 의혹도 강하게 일고 있다.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는 12일 영국과 유럽의 보안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이른바‘더티 밤’ 음모를 꾸민 파딜라가 방사능 공격을 준비 중이었다는 미국의 주장은 매우 회의적이라고 보도했다. 광범위한 조사에도 불구하고 파딜라가 폭탄 제조에 필요한 방사능 물질을 손에 넣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가 없다는 것.

신문은 또 미 연방수사국(FBI)이 워싱턴에 대한 방사능 공격 계획을 차단했다는 애슈크로프트 장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다른 관리들은 그 같은 음모가 가장 기초적인 단계 이상으로 진행된 증거가 없다는 점을 시인했다고 지적했다.한편 인도 파키스탄 분쟁 중재에 나선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카슈미르 분쟁지역에서 전쟁을 도발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와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국경통제선(LoC) 부근에서 실제로 알 카에다 조직이 움직이고 있는 징후들을 발견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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