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방에서 야간 경기를 취재한 뒤 서울로 올라와 한잠도 못자고 오전 10시경 호텔로 가기 위해 전철을 탔다. 무거운 배낭을 매고 옷가방을 든 기자는 피로로 눈이 충혈됐고 기진맥진한 상태였지만 앉을 자리가 없어 손잡이를 잡은 팔에 머리를 기대고 잠깐 졸았다.
그 때 한 나이든 한국 여자가 기자의 팔을 잡아 끌면서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려 했다. 기자는 자리에 앉았고 다음 역에서 옆자리가 비자 그 여성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그리곤 무릎 위에 놓인 가방에 엎드려 잠을 청했다.
기자는 곧 목 주변에 따뜻한 손길을 느꼈다. 옆에 앉은 그 여자가 자신의 뻣뻣해진 근육을 풀어주려고 손으로 주무르기 시작한 것. 그 여자는 심지어 기자의 등을 자기 쪽으로 돌려앉힌 뒤 등과 어깨를 두드리고 주물러 주었다.
기자는 더없이 고마운 이 안마에 보답할 방법이 달리 없어 서투룬 한국말로 여러번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그 여자는 나즉막한 소리로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더욱 열심히 마사지를 했다. 역 몇 개를 지나자 그 여자는 일어서더니 따뜻한 미소와 함께 부드럽게 기자를 껴안고 작별인사를 했다. 그리고 차에서 내렸다."
<김성규기자>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