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은 ‘右風’ 동유럽은 ‘左風’

  • 입력 2002년 6월 18일 18시 50분


‘서유럽은 우향우, 동유럽은 좌향좌.’

서유럽 각국 선거에서 ‘우파 돌풍’이 일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동유럽 각국에서는 좌파 정권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14일 체코공화국 하원의원 선거에서는 좌파성향의 집권 사회민주당(CSSD)이 득표수 1위를 차지했으며, 공산당(KSCM)은 3위로 급부상했다.

4월 실시된 헝가리 총선에서는 좌파성향의 헝가리사회당-자유민주동맹 연합이 우파성향의 집권 피데츠당을 물리치고 승리했다. 지난해 9월 폴란드 총선에서도 공산당 후신인 민주좌파연합(SLD)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를 ‘과거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로의 복귀로 보기는 어렵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설명했다. 유럽 좌파가 과거 공산당의 후신이기는 하지만 사회민주주의 등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해 ‘색깔’이 옅어졌다는 것. 또 좌파의 약진은 기존 정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싫증에 바탕을 둔 ‘소극적 선택’일 뿐 ‘적극적 지지’가 아니라는 해석이다.

주한 헝가리대사관 야노스 코바츠 참사관은 “어떤 이데올로기에 대한 선호가 아니라 기존 정권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헝가리에서는 90년 사회주의 붕괴 직후 우파가 집권했지만 94년 좌파, 98년 우파에 이어 올해 다시 좌파가 집권하는 등 유권자들의 교체 욕구에 따라 집권당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유권자들은 과거 사회주의자와 반(反)사회주의자를 두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연합(EU) 가입 찬반 여부를 두고 표를 던질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폴란드 정치학자 안드제이 리하드씨는 “유권자들이 EU 가입에 관심이 높기 때문에 우파에 비해 EU 가입에 비교적 적극적인 좌파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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