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민영 NTV는 18일 에스토니아 언론을 인용해 에스토니아가 구 소련 국가로는 처음으로 러시아에 대해 소련 시절에 본 피해 보상과 사과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에스토니아 외무부는 엔 트라토 의원이 주도한 법안을 근거로 관련 외교문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라트 헬메 전 러시아 주재 에스토니아 대사는 “러시아가 유럽의 일원이 되려면 독일이 관련국에 나치 정권의 잘못을 사과하고 피해자에게 보상했던 것처럼 과거사를 정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 중 소련에 강제 합병됐다가 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를 비롯한 다른 구 소련 국가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리투아니아 의회는 2000년 구 소련 치하(1940∼1990년)에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며 2000만달러(약 260억원)의 보상을 요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외교 마찰을 우려한 발다스 아담쿠스 대통령이 서명을 거부하고 있다. 라트비아는 보상은 없이 사과만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이미 2년 전 “보상은 물론 과거에 대한 어떠한 사과나 시인도 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지금도 이런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러시아는 “러시아가 소련의 법적 권리를 승계한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함께 소련연방의 가맹국이었던 이들 국가가 러시아에 대해 보상이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