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위기의 한 가운데에는 기업 경영진이 있다.
친 기업적 정책을 펴온 조지 W 부시 행정부조차 비리 연루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처벌 의사를 강하게 밝히며 개혁 의지를 가다듬고 있다고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7월1일자)가 보도했다.
더구나 엔론사의 회계감사 법인이었던 아서 앤더슨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유죄평결이 내려져 미 경제를 나락으로 빠뜨린 기업 경영진에 대한 단죄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주간지는 “앤더슨사의 유죄평결로 인해 ‘미국 주식회사’의 붕괴를 몰고 온 CEO들에 대한 처벌에 가속이 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타이코, 엔론, 글로벌 크로싱사 등이 형사재판을 통해 처벌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이유는 무엇보다 검사 측이 피의자로 지목된 CEO들의 불법행위에 고의성이 있는지 여부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경영인이 불법적인 과당 계상 등 범법 행위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이 같은 행위를 범했다면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으며 유죄판결은 불가능하다.
경제용어에 익숙지 않은 배심원들에게 복잡한 회계와 금융 원리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도 넘어야 할 또 다른 산. 분명한 범법행위를 저지른 경우에도 노련한 변호인단으로 무장한 경영진의 반격은 만만치 않다. 앤더슨 재판에서도 앤더슨의 변호인단이 복잡한 회계 금융 절차와 용어를 열거하며 반론을 펴자 엔론비리에 대해 분개했던 배심원들조차 혼란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CEO들이 저지른 ‘범행’의 상당부분은 합법적이다. 미국일반회계기준(GAAP)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회계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
일반 사원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했지만 CEO들은 파산 직전까지 천문학적인 수치의 연봉을 받아 퇴사 이후를 대비했다. 하지만 합법적인 사내 승인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이 결정을 문제삼을 수 없다.
비즈니스위크는 마지막으로 회사 내 부조리를 고발하고 검사 측의 증인이 돼줄 ‘내부 고발자’를 찾는 일 또한 쉽지 않기 때문에 ‘미국 주식회사’의 붕괴를 몰고 온 기업인들에 대한 처벌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