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컴 회계조작, 美경제 ‘제2엔론 사태’ 충격파

  • 입력 2002년 6월 26일 17시 59분


월드컴의 전 CEO 버나드 에버스.
월드컴의 전 CEO 버나드 에버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장거리 통신회사 월드컴이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회계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 미 경제에 엔론사태에 버금가는 충격을 던지고 있다.

월드컴은 25일 내부감사 결과 지난해 1·4분기부터 올해 1·4분기까지 5분기 동안 38억5000만달러 규모의 회계부정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엔론을 법정관리신청으로 몰고간 분식회계 규모가 이보다 훨씬 못 미치는 5억9100만달러였다.

월드컴은 오랫동안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해온 버나드 에버스가 4월 사임한 이후 내부 개혁을 벌여왔다.

월드컴의 수법은 네트워크 장비 보수에 들어간 비용을 자본지출로 불법 계상한 것과 현금흐름표를 조작한 것. 월드컴은 2001년에는 14억달러, 올해 1·4분기에는 1억3000만달러의 순익을 올렸다고 발표했으나 모두 거짓이며 엄청난 손실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월드컴의 회계감사법인은 엔론과 글로벌 크로싱의 회계감사법인이었던 아서 앤더슨이었다.

미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은 조작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현금흐름표에 손을 댔기 때문. 현금흐름표는 기업들이 손쉽게 손익계산서를 분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50년대 도입된 이후 신뢰성 있는 자료의 하나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최근 문제가 된 다이너지사와 아델피아사, 타이코사에 이어 월드컴에서도 모두 현금흐름이 원활한 것처럼 속인 것으로 드러나 미국에서 기업에 대한 신뢰가 바닥 모를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월드컴의 전 CEO 에버스씨는 조그만 지역 전화회사로 출발, 잦은 인수합병을 통해 한때 주당 62달러, 시장가치만 1153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통신회사로 키웠으나 지난달 이 회사가 300억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는 구조조정대상 기업으로 전락하자 사임했다.

이 과정에서 에버스씨가 자신의 주식투자 손실을 막기 위해 회사로부터 3억6600만달러를 대출받은 것으로 밝혀져 월가를 경악시켰다.

월드컴의 주가는 25일 장중 26센트까지 폭락했으며 법정관리신청이 임박한 것으로 뉴욕타임스와 영국의 더 타임스는 전망했다. 월드컴은 2000만명이 가입한 장거리전화 서비스와 기업에 대한 데이터통신 서비스가 주종이며 종업원수는 8만명에 이른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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