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 아라파트 배제案’ 반대

  • 입력 2002년 6월 26일 18시 05분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 - 라말라AP연합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 - 라말라AP연합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창설의 전제조건으로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의 퇴진을 요구한 새 중동평화안을 두고 국제사회의 반응이 분분하다. 영국 BBC는 25일 “하나의 연설이 이번처럼 뜨거운 논쟁을 일으킨 적이 없다”고까지 표현했다.

아랍 언론의 반응은 격렬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랍뉴스는 “부시 대통령의 평화안이 이스라엘의 입장을 철저히 옹호한 것으로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에 분노와 모욕을 안겨줬다”고 논평했다. 아랍뉴스는 또 “부시 연설은 영구적 전쟁의 비전”이라며 “부시 대통령이 총 1867개의 단어로 이뤄진 이번 연설에서 이스라엘 측에 요구한 내용은 137개 단어에 불과한 반면 팔레스타인 측에 대한 요구사항에는 1000개 이상의 단어를 할애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요르단과 이집트는 평화안에 대해 일단 환영의 뜻을 표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중동평화안은 균형잡혔고 또 노골적으로 아라파트의 퇴진을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팔레스타인 지도부 교체 요구에 대해 “팔레스타인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유럽연합(EU)은 25일 성명에서 “부시 대통령의 평화안은 중동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단계’”라고 평가하면서도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는 것은 팔레스타인인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밝혔다.

BBC는 또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잭 스트로 외무장관도 26일 아라파트 퇴진 요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며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 사이에 균열이 예고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반응이 분분한 것은 이번 중동평화안이 ‘아라파트 제거’에 강점을 둔 것인가 아니면 진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로의 이행’에 강점을 둔 것인가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최근 정보국으로부터 아라파트 수반이 예루살렘에서 자살폭탄테러를 저지른 단체를 재정적으로 지원했다는 정보를 들은 뒤 아라파트 제거에 대한 의지가 더욱 굳어졌다고 보도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美 중동평화안’ 반응▼

“새로운 팔레스타인 지도부를 뽑자고? 그럼 새로운 지도부가 생기기 전까지는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앞으로 선거를 통해 누가 팔레스타인 지도자가 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누가 현재 팔레스타인 지도자인지는 안다.”(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문)

“하마스나 이슬람 지하드 출신 지도자가 아라파트를 계승할 위험도 있다. 그러면 지금보다 더 위험하다.”(조지 미첼 전 미국 상원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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