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열리고 있는 선진 8개국 회담에 참석 중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6일 월드컴 사태와 관련해 “주가 급락의 한 원인인 기업 회계부정에 대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조치할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를 계기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날 월드컴을 사기혐의로 고발하고 회사 측의 문서파기 및 자금결제를 금지해 주도록 법원에 요청했다. 미 법무부는 이 사건을 형사사건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관련기사▼ |
▽기업신뢰 급감〓월드컴 사태는 가뜩이나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미국 경제에 중요한 악재로 작용할 전망. 지난해 이후 엔론, 글로벌 크로싱, 타이코, 아델피아, 다이너지 등 기업 스캔들이 잇따라 터져 미 기업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자체에 큰 문제점이 있음이 드러났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4일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만큼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떨어지고 외국인투자가 줄고 있는 것은 기업경영의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내총생산(GDP)의 4%를 육박하는 경상적자와 대테러 비용, 감세 정책 등으로 인한 재정적자 때문에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채권단 입장〓이제 월드컴의 운명은 50억달러 상당의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채권단에 달려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 월드컴에 자금이 많이 물린 금융기관들로 시티은행(4억 4500만달러), 뱅크 오브 아메리카(2억6500만달러), 멜론 금융그룹(1억달러) 등을 꼽았다. 애널리스트들은 관련 금융기관이 많기 때문에 채권시장의 충격이 엔론 사태 때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고 27일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 불안〓기업실적 부진 및 신뢰붕괴 때문에 주가가 9·11테러 직후 수준을 겨우 웃돌던 미국 증시는 이번 사건으로 또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26일 나스닥 종합지수는 반발매수세로 하락세가 주춤했고 한때 큰 폭으로 하락했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수준을 지켰지만 경제전문 블룸버그통신은 “증시는 불안정 그 자체”라고 진단했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 평균주가는 26일 전날보다 4.02% 급락했다가 27일 오후 2% 미만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며칠간 상승세를 보이던 유럽증시는 영국FTSE 100지수가 2.16%, 프랑스 CAC 40지수가 1.73%, 독일 DAX 30지수가 2.47% 각각 하락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