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는 교전 이틀만인 1일 이광근 북한 조선축구협회 회장이 정몽준(鄭夢準) 대한축구협회 회장 앞으로 월드컵 성과 축하편지를 보낸 것을 두고 “북한의 상반된 신호에 한반도 전문가들도 당혹해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널은 한국인들이 이번 사태가 월드컵 축제 분위기를 망쳐버린 데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다면서 “평양이 하는 일을 그동안 장밋빛 안경으로 바라봤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조차 북한에 대한 비난에 동참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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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은 “한국정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햇볕정책은 김정일이 2년 전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이미 사망했고 이번 사태는 한국민의 눈에는 햇볕정책의 마지막 잔해를 매장하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김정일과 같은 독재자가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는 결연한 억제력”이라면서 “평양에 계속 밀려 온 김 대통령은 서해교전에서 정점에 오른 북한의 깡패 같은 행동을 고무시켜 왔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저널은 “김 대통령은 실패로 판명난 대북정책을 한국의 새 지도자가 12월에 이를 파기할 때까지 계속 밀어붙이든가, 아니면 평양의 자살골을 햇볕정책 파기의 구실로 삼든가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스트는 “북한 정권이 외부 세계와의 관계 개선을 조심스럽게 추구할 때마다 간첩선 침투와 외교적 탈선 또는 기이한 군사적 움직임이 일어났다”면서 “북한이 자기 발등을 찍는 이런 행동들을 왜 저지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신문은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 대부분은 교전사건이 미국의 고위급 특사의 평양 파견 방침 발표 후 몇 시간밖에 안 됐고 한국이 월드컵 3, 4위전을 치르는 날에 터진 점으로 보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승인을 받은 것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 전문가는 김 위원장의 승인이 없었더라면 그의 정권과 군부 통제력에 대한 또다른 복잡한 문제가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대외 관계 개선을 추진할 여지를 넓히기 위해서는 역으로 군부를 달래려고 무력 행동을 승인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