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는 ‘세계에서의 미국의 역할’이란 장문의 특집 기사에서 이같이 밝히고,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는 미래 세계에 대한 확신과 청사진을 갖고 있지 못하며 이 때문에 여러 외교사안에서 좌충우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잡지는 미국이 주도권을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인구는 세계 인구(60억)의 4.7%(2억8400만명)에 불과하지만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의 31.2%를 차지하고, 헤게모니 장악에 결정적인 군사비 지출이 세계의 36.3%에 이르는 점을 들었다. 특히 미국의 연구개발 및 투자비는 세계의 40.6%에 달해 앞으로도 미국의 헤게모니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
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이데올로기 대결이 끝난 데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이 같은 역할에 대한 미국민과 의회의 지지도 전례 없이 확고하다고 잡지는 전했다.
그런데도 미국은 미래세계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약점이며 독불장군식 행보 때문에 일방주의 외교라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자유무역을 원칙으로 내세우면서도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세이프 가드를 발동한 점, 저개발 국가에 대한 원조를 계속 줄여오다 올 3월 멕시코에서 열린 유엔 정상 회담에서 갑자기 2006년까지 원조 규모를 50% 늘리겠다며 태도를 바꾼 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 과정에서 우왕좌왕한 점 등을 잡지는 예로 들었다.
또 이라크가 대량 살상 무기를 생산 보유하고 있다며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도 곧바로 응징하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일관성 없는 행보로 비쳐지고 있다.
최근 반(反) 인륜적 범죄 처벌을 위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창설 과정에서 미군들에게 면책권을 주지 않는다며 참여를 거부하고, 나아가 유엔 보스니아 평화유지활동을 거부한 것도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앤드루 바세비치 보스턴대 교수는 올 가을 출간 예정인 ‘미국 제국(American Empire)’이란 저서에서 “‘미 제국’에 대한 찬반 논란과는 상관없이 미국이 앞으로 국제관계를 지배할 틀을 만들고 이를 다른 나라에 강요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세계 주요국 국방비 지출 규모 | ||||
연도 | 미국 | 영국 | 러시아 | 중국 |
1872 | 68 | 100 | 120 | - |
1950 | 100 | 16 | 107 | - |
1985 | 100 | 10 | 109 | 10 |
2000 | 100 | 11 | 20 | 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