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8일자)는 엔론, 글로벌 크로싱, K마트, 스위스 에어 등 매킨지의 컨설팅을 받았던 굴지의 기업들이 잇따라 파산하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자 이 회사에도 곱지않은 눈길이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월가를 강타하고 있는 기업 회계부정 스캔들의 진원지 격인 엔론과 매킨지의 질기고도 오랜 인연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매킨지는 무려 18년동안이나 엔론에 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년 1000만달러에 가까운 컨설팅 수수료를 받아왔다. 엔론 스캔들의 핵심인 제프리 스킬링 전 엔론 최고경영자(CEO)가 바로 매킨지 컨설턴트 출신. 그는 80년대 매킨지의 컨설턴트로 일하다 엔론에 전격 스카우트돼 마침내 CEO에까지 올랐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자신의 ‘친정’인 매킨지의 자문을 수시로 구했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엔론이 순익을 부풀리기 위해 사용한 부채의 주식전환 금융기법도 매킨지의 시니어 파트너 로엘 브라이언이 80년대 처음 도입한 것. 이 방법은 순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채를 주식으로 발행해 되파는 것으로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에 가까운 금융기법으로 꼽히고 있다.
매킨지 휴스턴 지점 컨설턴트로 엔론 컨설팅을 담당했던 론 흄의 급부상도 엔론과 매킨지의 밀월관계를 읽을 수 있는 대목. 엔론에 대한 컨설팅 횟수와 수수료가 많아질수록 그의 사내 위상이 높아졌고 한때 매킨지의 매니징 파트너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아직까지 매킨지가 엔론 등의 회계부정 및 경영부실에 연루됐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매킨지는 자사 고객들의 잇따른 몰락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엔론사에서 스캔들이 터지자 매킨지는 즉각 자체 변호인단을 소집, 엔론의 불법행위에 자사가 연루됐는지 내부 조사를 벌였고 조사결과 법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부당행위를 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번 스캔들의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소환된 매킨지 컨설턴트는 아직 한 명도 없다.
매킨지 측은 엔론 등 고객 기업들이 잇따라 파산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과 관련해 “포천 5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이 매킨지의 컨설팅을 받고 있을 정도로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일부 경영난에 봉착하는 기업도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매킨지는 이들에게 제안했던 경영 전략은 기업 경영 전반에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업 위기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비즈니스위크는 그러나 매킨지가 비싼 수수료를 받는 대가로 과연 어떤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매킨지 경영실태▼
세계 초일류 기업들에 경영 전략을 훈수해 온 매킨지. ‘컨설팅의 신화’, ‘세계 최고 두뇌들의 집합소’ 등으로 불려온 그 매킨지도 과잉투자, 닷컴 붕괴의 여파 등으로 내부적 경영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뉴스위크 최신호(8일자)가 보도했다.
매킨지는 지난 10년간 소규모 인원으로 가족처럼 일한다는 창업 전략을 뒤로하고 확장 경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 결과 90년 초반 2900명에 불과하던 컨설턴트는 7700명으로, 전 세계 지점 또한 58개에서 84개로 늘어났다. 90년대 불어닥친 닷컴 붐은 컨설팅업계의 호황을 부추겼고 매킨지의 확장 전략은 적중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닷컴기업들의 붕괴가 잇따르면서 컨설팅 수요는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컨설턴트의 비율을 나타내는 ‘활용률(utilization rate)’은 3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52%에 머물러 있다.
결국 공급에 비해 수요가 현저히 적어져 비대해진 내부 조직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가 요즘 매킨지 경영진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
이와 더불어 과거와 달리 컨설턴트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개발을 독려하는 대신 순익 창출에 더 많은 중점을 두는 매킨지의 운영 방향 또한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매킨지가 컨설팅했던 주요기업 | |
기업 | 현황 |
엔론 | 법정관리 신청 |
글로벌 크로싱 | 파산 |
K마트 | 파산 |
스위스 에어 | 파산 위기(3000명 감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