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과 백악관이 말을 바꿔가며 연이틀 해명을 시도했지만 의혹만 키우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9일 월가를 방문, 회계부정을 저지른 기업 경영진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 등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과연 부시 대통령이 ‘개혁’을 운위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호재로 활용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에게 쏠리는 가장 심각한 의혹은 내부자거래 혐의. 90년 하켄 에너지사가 900만달러의 추가 손실을 반영한 수정 실적을 발표, 주가가 4달러에서 1달러로 폭락하기 두 달 전 부시 대통령은 보유주식을 팔아치워 84만8000달러를 벌었다. 그는 이 회사의 ‘내부자’인 이사와 회계감사위원이어서 주식매각 사실을 바로 증권감독위원회(SEC)에 신고해야 함에도 34주나 지난 뒤에야 신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2일 “나는 신고를 제대로 했는데 SEC가 신고서류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해명치고는 논리가 너무 군색했던 탓일까. 다음날인 3일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이 “회사 변호사들이 착오를 일으켜 신고서를 지연 접수시켰다”는 것으로 말을 바꿨다고 워싱턴포스트가 4일 보도했다.
이 말대로라면 진실의 열쇠는 당시 부시 대통령을 대리한 변호사 로버트 조던이 쥐고 있는 게 된다. 조던 변호사는 지난해 부시 대통령에 의해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로 지명되는 ‘은전’을 입어 미국에 없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의 내부자 거래건을 조사한 SEC의 법무책임자도 부시 대통령과 가까운 제임스 도티.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레인저스 프로야구구단을 인수할 당시 그를 대리한 변호사였다. 조던 변호사와는 같은 법률회사 파트너출신.
SEC는 부시 대통령이 법을 어긴 사실을 적발했으나 처벌은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진상규명은 어려울 전망. 당시는 아버지가 현역 대통령이었지만 이번에는 본인이 대통령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에서도 확인되었듯이 거미줄처럼 촘촘한 부시 인맥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