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연합회 조 바실리 회장은 5일 “3만명 가량의 이 지역 거주 동포 중 상당수가 큰 피해를 보았으며 현지의 비참한 상황과 도움을 청하는 전화가 밀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비상대책부에 따르면 70년 만의 최대 규모인 이번 홍수로 스타브로폴과 크라스노다르주 등 9개 지방에서 102명이 죽고 35만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예산이 부족해 홍수 피해 복구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긴급 지시로 중앙 정부가 지원에 나섰지만 피해 보상금은 가족당 최고 5만루블(약19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조 회장은 “다행히 우리 동포 중 사망자는 없지만 이 지역 고려인의 80%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어 특히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1937년 극동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던 한인들은 55년부터 날씨가 좋고 토지가 비옥한 카프카스 지방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조 회장은 “홍수로 통신이 두절돼 정확한 피해 상황이 집계되고 있지 않지만 1만5000여명의 동포가 크고 작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가장 심한 피해를 본 곳은 1500여명의 동포가 살고 있는 체첸 접경 모즈도크 인근으로 수십 가구가 집을 잃고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다.
이들은 당장 살 곳과 먹을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농경지가 물에 잠겨 올해 농사를 포기한 상태여서 올 겨울나기가 막막한 상황이라고 연합회측은 전했다.
고려인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식량과 의복 약품 등이지만 앞으로 생활기반 재건을 위해 건축자재 등도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고려인연합회는 밝혔다.
한편 5일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 부인회가 성금을 모아 전달하는 등 모스크바 교민사회에서는 동포를 도우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수해를 당한 동포에게 도움을 주려는 분이나 단체는 모스크바의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영사과(7-095-231-2830∼4)나 고려인연합회(7-095-787-4231)로 연락하면 된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