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國民 관심, 전쟁서 기업부패로”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38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 뉴욕AP연합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 뉴욕AP연합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중간선거 징크스’에 빠져들어가고 있다. 최초의 경영학 석사(MBA) 출신 대통령인 부시 대통령은 9일 뉴욕 월가를 방문, 회계부정 척결을 위한 10개항의 개혁조치를 발표했지만 회계부정 스캔들은 진정되지 않은 채 부시 대통령을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회계부정 스캔들이 결정타”〓워싱턴포스트의 간판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로더는 10일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로널드 레이건, 지미 카터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들은 중간 선거를 앞두고 위기에 빠졌다”면서 부시 대통령도 같은 행로를 걷고 있다고 썼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 의료개혁의 좌절로 중간선거에서 의회를 공화당에 내줬고 부시 전 대통령은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뒤집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경제 침체, 카터 전 대통령은 에너지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부시 대통령의 경우 최근 미군의 잇단 오폭사건 등으로 점차 정치적 악재로 바뀌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로스앤젤레스공항에서의 총격사건과 같은 치안 불안, 경제회복의 지연, 그리고 회계부정 파문까지 겹치고 있다고 브로더씨는 지적했다.

▽“경제불안 원인은 대통령 자신”〓영국의 BBC방송도 부시 대통령의 이미지가 연이어 터져 나오는 기업 회계부정 스캔들로 얼룩지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정치적 의제가 전쟁에서 기업부패로 옮아가면서 서서히 부시 대통령의 위상이 실추되고 있다는 것.

BBC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의 경제 분야의 능력과 기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3분의 1 정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있다’고 대답할 정도로 회의적인 시각을 표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9일 미 블룸버그 통신의 조사결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지수는 부시 대통령 취임이후 17개월 동안 29%나 곤두박질쳤다. 69년 1월 같은 기간 27%의 하락률을 기록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기록을 뛰어넘는 최악의 성적이다.

연금생활자들은 엔론사와 월드컴사 등에 투자한 연기금의 손실로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 금융계의 큰 손 조지 소로스는 “미국 경제불안의 원인은 부시 대통령 자신”이라고 지목했다.

▽“대중주의를 가장한 엘리트주의자”〓뉴욕타임스의 간판 칼럼니스트인 모린 다우드는 10일 부시 대통령의 진정한 위기는 ‘대중주의를 가장한 엘리트주의자’로서의 정체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이 서민적인 이미지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지만 사실은 ‘3루에서 태어났는 데도 스스로 3루타를 쳐 진루한 것으로 생각하는’ 특권층으로 밝혀지고 있다는 것.

특히 하켄에너지사의 회계부정 파문은 부시 대통령의 ‘위선’을 폭로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8일 기자회견에서는 자신이 이사로 재직했던 하켄사가 수익을 편법으로 계상한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으나 9일에는 월가를 방문해 “이사들이 책임지고 회사의 재정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볼 것”을 촉구했다. 인터넷 시사잡지 슬레이트닷컴(www.slate.com)은 “내가 한 대로는 하지말고 내가 말한 대로 하라”고 요구하는 셈이라고 그의 위선을 꼬집었다.

하켄사의 내부거래 의혹 못지 않게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이 더욱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부시 대통령 연설(9일) 중 기업 대책 내용
구 분내 용
사법조치기업범죄 전문 수사대 창설
사법조치우편사기 통신사기죄 최고형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
사법조치기업범죄 형량 연장토록 재판부에 요청
사법조치문서파괴 사법방해 등 불법화하도록 법제 강화
경영진 및 지배구조조사대상 기업 경영진의 부적절한 보상을 동결할 수 있도록 미증권거래위(SEC) 권한 강화
경영진 및 지배구조경영진에 대부 금지하도록 기업이사회에 요청
경영진 및 지배구조최고경영자가 스톡옵션 등 보상명세 공개하고 그것이 주주이익에 합당한지 설명하도록 요청
경영진 및 지배구조이사진 대부분과 감사 전원. 지명 및 보상위원회의 독립성 유지하도록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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