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를 생명체로 본다면 이번 폴리오 바이러스의 합성은 45억년의 지구 역사상 최초의 생명체 창조 행위인 셈이다. 합성된 폴리오 바이러스는 100% 실험실에서 제조됐지만, 실제 바이러스처럼 쥐를 감염시켰다.
뉴욕주립대 연구팀이 폴리오 바이러스를 합성한 과정은 이렇다. 우선 공개된 데이터베이스에서 이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인터넷으로 다운받았다. 이 바이러스는 7741개의 염기로 이루어진 RNA 형태로 유전정보를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긴 RNA 사슬을 단 한번에 합성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연구팀은 우선 짧은 DNA 조각을 만든 뒤 이들을 마치 퍼즐처럼 이어 붙여 7741개의 DNA 사슬을 만들었다. 이어 DNA 사슬을 효소를 이용해 RNA로 바꾸었다.
이어 이 RNA 사슬을 시험관의 사람 세포에서 배양한 결과 단백질로 둘러싸인 완전한 폴리오 바이러스가 만들어졌다. 이 바이러스를 쥐에 주사한 결과 일주일 뒤 소아마비에 걸렸다.
연구팀의 애니코 폴 박사는 폴리오 바이러스는 지구상에서 거의 사라졌지만 얼마든지 실험실에서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고 밝혔다.
서울대 정구흥 교수(바이러스학)는 “보통 대학의 실험실에서는 올리고합성기란 기계를 이용해 100개 정도의 DNA 염기 사슬은 쉽게 합성할 수 있다”며 “이번에 미국 연구팀은 작은 사슬 조각을 이어 붙여 7741개에 달하는 염기사슬을 만든 것으로 단지 시간과 돈이 많이 들 뿐이지 언젠가 이루어질 일로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미국 내 일부 과학자들은 이번에 검증된 기술로 무서운 에볼라 바이러스나 이미 사라진 천연두 바이러스 등을 테러 집단이 합성해 생물무기로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천연두는 18만5000개의 염기로 이루어지는 등 폴리오 바이러스보다 훨씬 복잡해 테러리스트 집단이 쉽사리 합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