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속 ‘생물무기’가 현실로…美 인공 바이러스 개발

  • 입력 2002년 7월 12일 18시 01분


바이러스는 핵산(DNA 또는 RNA)과 이를 둘러싼 단백질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 밖의 모든 것은 숙주세포에 의존해 살아가기 때문에 생물이냐 무생물이냐 하는 논란이 있지만 증식과 유전이라는 생물 특유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대체로 생명체로 간주된다.

바이러스를 생명체로 본다면 이번 폴리오 바이러스의 합성은 45억년의 지구 역사상 최초의 생명체 창조 행위인 셈이다. 합성된 폴리오 바이러스는 100% 실험실에서 제조됐지만, 실제 바이러스처럼 쥐를 감염시켰다.

뉴욕주립대 연구팀이 폴리오 바이러스를 합성한 과정은 이렇다. 우선 공개된 데이터베이스에서 이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인터넷으로 다운받았다. 이 바이러스는 7741개의 염기로 이루어진 RNA 형태로 유전정보를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긴 RNA 사슬을 단 한번에 합성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연구팀은 우선 짧은 DNA 조각을 만든 뒤 이들을 마치 퍼즐처럼 이어 붙여 7741개의 DNA 사슬을 만들었다. 이어 DNA 사슬을 효소를 이용해 RNA로 바꾸었다.

이어 이 RNA 사슬을 시험관의 사람 세포에서 배양한 결과 단백질로 둘러싸인 완전한 폴리오 바이러스가 만들어졌다. 이 바이러스를 쥐에 주사한 결과 일주일 뒤 소아마비에 걸렸다.

연구팀의 애니코 폴 박사는 폴리오 바이러스는 지구상에서 거의 사라졌지만 얼마든지 실험실에서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고 밝혔다.

서울대 정구흥 교수(바이러스학)는 “보통 대학의 실험실에서는 올리고합성기란 기계를 이용해 100개 정도의 DNA 염기 사슬은 쉽게 합성할 수 있다”며 “이번에 미국 연구팀은 작은 사슬 조각을 이어 붙여 7741개에 달하는 염기사슬을 만든 것으로 단지 시간과 돈이 많이 들 뿐이지 언젠가 이루어질 일로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미국 내 일부 과학자들은 이번에 검증된 기술로 무서운 에볼라 바이러스나 이미 사라진 천연두 바이러스 등을 테러 집단이 합성해 생물무기로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천연두는 18만5000개의 염기로 이루어지는 등 폴리오 바이러스보다 훨씬 복잡해 테러리스트 집단이 쉽사리 합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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