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손’ 체니?…CEO재직했던 군수업체 지원의혹

  • 입력 2002년 7월 14일 18시 31분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최고경영자(CEO)로 근무했던 기업의 자회사가 ‘9·11 테러’ 이후 미국의 테러응징 전쟁에 필요한 시설과 물자를 공급하는 사업을 대거 따내 체니 부통령이 이를 지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는 13일 체니 부통령이 1995년부터 2000년까지 대표이사 회장으로 근무했던 석유 관련 회사 핼리버튼의 자회사인 켈로그 브라운 앤드 루트(KBR)라는 군수업체가 ‘계량화하기 어려운 액수의 계약’을 정부로부터 따냈다고 지적했다.

KBR는 쿠바의 관타나모만에 아프가니스탄 포로를 수용하기 위한 시설을 만들고 우즈베키스탄의 미군장병들에게 먹일 식량 등을 공급했다.

KBR는 지난 수십년간 연방정부 사업을 많이 해 왔으며 특히 9·11 테러 이후 다수의 물자공급계약을 했고, 해군과 육군에 군수물자를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육군에 향후 10년간 군수물자를 공급키로 하면서 이례적으로 총 조달액의 상한선을 정하지 않은 계약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KBR측은 체니 부통령이 핼리버튼에 재임 중일 때나 그 이후에도 이 같은 계약 체결을 지원한 일이 없다고 밝혔으나 뉴욕타임스는 “KBR의 군수품 납품 계약액은 체니 부통령이 국방장관으로 있었던 마지막 해인 1992년에 급격히 늘어났다”고 전했다.

지난해 국방부 조사에서 KBR는 12만5000달러에 불과한 전기 관련 첨단기기 값으로 75만달러를 국방부에서 받아낸 사실이 드러났으며, 체니 부통령의 국방장관 시절 그의 군사보좌역이었던 조 로페즈(대장 출신)가 KBR에 근무중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덧붙였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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