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시당국은 1986년 펜실베이니아주 쓰레기 매립지의 용량 초과로 일부 쓰레기를 소각한 재를 처리할 수 없게 되자 이를 바하마제도의 인공섬에 버리기로 했다. 이것이 쓰레기 재의 기나긴 여정의 시작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17일 전했다.
필라델피아 시당국은 한 해운회사와 계약하고 1만4855t의 쓰레기 재를 그해 9월 화물선 ‘키안시’호에 실어 바하마로 보냈다. 그러나 이 배는 바하마 정부로부터 입항을 거부당했다. 그린피스 등 환경보호단체로부터도 ‘기피물질 1호’로 낙인찍힌 이 쓰레기 재는 그 뒤 2년 동안 4개 대륙 11개국을 찾아다니며 묻힐 곳을 구했으나 매번 거절당했다.
선원들은 궁리 끝에 이 재를 비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광고, 1987년 말 대서양의 아이티 섬 해변에 4000t의 재를 가까스로 내려놓을 수 있었지만 지역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다 내리지는 못했다.
1988년 11월 키안시호는 나머지 재를 대서양과 태평양에 다 쏟아 버리고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그동안 키안시호는 한 차례 주인이 바뀌었고 배 이름도 두 번이나 바뀌었다. 선원들의 반란도 있었다. 바다에 버린 불법행위가 들통나 관련자들 일부는 감옥에도 갔다.
이러는 사이에 아이티 해변에 내려놓았던 재는 2000년까지 13년동안 해변에 방치돼 있다가 지난해 미 국무부, 필라델피아시, 뉴욕시 쓰레기무역위원회 등에 의해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오게 됐다. 미국 플로리다에 도착한 재는 그러나 어느 주도 이 재를 떠맡으려고 하지 않아 2년 동안 창고에 있다가 최근 쓰레기 관리국의 결정으로 원래 처리지였던 펜실베이니아로 돌아가게 된 것. 아이티 해변에 쌓여있던 4000t의 재는 운송 과정에서 많이 유실돼 2500여t으로 줄었고, 플로리다의 창고에 2년여간 쌓여 있는 동안 잡초와 화초, 심지어 소나무까지 자라났다고 포스트는 전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