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증시자금 일부가 빠져나갈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심리가 식고 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달러 약세로 원화가치가 오르면서 수출이 예상보다 늘어나지 않아 7∼8월 중에 경상수지가 적자를 나타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증시 폭락〓19일 다우존스지수는 미국 4위의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에 대한 당국의 조사, 5월 무역적자 확대 등 악재가 겹쳐 폭락을 거듭하다 장중 8,000선이 붕괴되기도 했으나 거래 종료직전 약간 회복돼 전날보다 4.64%(390.23포인트) 하락한 8,019.26으로 마감됐다.
▼관련기사▼ |
- 2년새 7조7000억달러 날아갔다 - IMF "美경제 회복속도 둔화" - 월街 전문가 美증시 상반된 전망 - 미 증시 폭락에 일본 초긴장 - 부시경제팀 도마에 올라 |
이는 ‘9·11테러’ 직후인 작년 9월21일의 8,235.81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1998년 9월 이후 최저치다.
나스닥지수도 업계 대표기업들의 부정적인 실적 전망 여파로 2.79%(37.90포인트) 후퇴한 1,319.05를 나타내면서 1997년 4월 이후 최저치로 장을 마감했다. 달러화 역시 약세를 보여 유로화 가치는 2000년 1월 이후 최고인 1.01달러를 나타냈다.
월가에서는 다우지수가 7,000∼7,500대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고 일부에서는 7,000선도 무너질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 주가도 하락 압력〓미국 유럽 아시아 증시가 도미노처럼 하락하면서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도 전저점(701.87, 6월26일) 아래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7월 들어 8일까지 618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던 외국인이 9일부터는 3038억원어치나 매도우위를 나타내고 있어 주가하락에 대한 우려를 크게 하고 있다.
한때 ‘한국은 미국과 다르다’는 차별화론이 대세였지만 4월 중순부터 한국 증시도 미국 및 유럽의 주가흐름과 동조화되고 있기 때문. 그러나 동양종합금융 김주형 과장은 “미국 증시는 올 들어 뚜렷한 하락 추세인 반면 한국 증시는 지수가 출렁이면서도 점차 저점을 높여 가는 대세 상승 과정에 놓여 있다”며 “한국 증시가 중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차별화하며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물 경제도 영향권에〓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달러 약세-원화 강세로 7∼8월 중 경상수지가 적자를 나타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한다.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이 줄어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드는 반면 해외여행이 늘어나 서비스수지 적자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주가하락에 따라 소비가 둔화돼 올해 경제성장률도 당초 예상(6%)에서 4∼5%로 낮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지적된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홍찬선기자 hcs@donga.com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연기금 투자한도 늘릴듯…정부,22일 증시대책 발표▼
정부는 ‘미국발 악재’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국내 증시의 수요기반을 획기적으로 넓히는 중장기 대책을 22일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투자심리를 진정시켜 ‘한미경제 동조(同調)화’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다.
윤진식(尹鎭植) 재정경제부 차관은 21일 “한국 경제의 기초여건을 감안할 때 미 증시 폭락 현상이 한국 증시에 그대로 파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국내 증시의 토대를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을 22일 발표한다”고 밝혔다.
윤 차관은 “정부의 단기 즉흥책에 따라 주식시장이 요동치면 시장왜곡만 심화시킨다”면서 “시장이 스스로 주식을 사들이도록 하는 중장기 수요기반 확충이 뼈대를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2일 이날 발표되는 정부 대책에는 은행예금에 몰려있는 개인투자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지원방안으로 △주식 간접투자 활성화 △주식 장기보유 지원 △기관투자가의 자산운용제한 철폐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국내 최대 투자자산을 굴리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 한도를 점진적으로 늘리는 방안과 시장의 불투명성을 제거하기 위한 회계제도 개선책 등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임종용(任鍾龍) 재경부 금융정책과장은 “은행 보험권에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데다 기업이 은행돈을 쓰지 않아 가계대출이 폭증하고 있다”며 “가계대출이 한계를 맞으면 국내 자금시장은 거대한 수급 불일치에 빠지게 된다”고 대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미 증시문제가 실물경제가 아닌 ‘신뢰’의 문제인 만큼 당장 거시경제 정책기조에 변화를 줄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