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엘리트들에 대한 의혹에서부터 워싱턴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에 이르기까지 불확실성이 경제의 펀더멘탈을 뒤흔들고 있다. 투자자들은 부시 행정부가 손가락을 까딱해 시장을 정상화하기를 원하겠지만 자본주의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월가를 ‘악의 축’ 리스트에 올려 ‘주가 폭락과의 전쟁’을 선언할 수도 없는 일이다. 궁지에 몰린 행정부에 미국 기업 신뢰의 위기를 해결하도록 바라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선벨트 경제’(전후 미 남부지방의 군수산업을 통한 경제 회복)의 수혜자인 데다 기업회계 부정 스캔들에도 연루돼 있다.
부시 대통령은 친구들 및 정치자금 기부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딕 체니 부통령은 자신이 경영했던 핼리버튼의 회계부정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전직 엔론 간부 출신인 토머스 화이트 육군장관(부회장으로 11년 재직)이 자신의 행동을 기업가 행위로 정당화하는 것은 수치스럽기조차 하다.증권거래위원회(SEC)는 회계업계의 전직 변호사(하비 피트)가 맡고 있다.토머스 화이트 육군장관을 희생양으로 삼는다고 해서, 또는 체니 부통령이 그의 전력을 털어놓도록 한다고 해서 시장이 당장 정상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강한 통제력을 보여준다면 월스트리트는 확실히 안정될 것이다.
지난주 뉴욕타임스·CBS 여론조사에서 우리를 가장 오싹하게 만든 것은 응답자의 45%가 “다른 사람들(부시 행정부가 아니라 그 뒤에 숨어있는 몇몇 금융 및 산업자본가들)이 실제로 이 정부를 운영하고 있다”고 답한 것이었다. 또 45%는 부시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폴 오닐 재무장관 등 경제팀과 로렌스 린지 백악관 경제고문이 국방 국무 등 대외정책팀이나 클린턴 행정부 당시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은 자주 있어왔다.
부시 대통령은 이제 결단력을 보여줄 때다. 체니 부통령에게 자신의 전력에 대해 털어놓도록 하고, 화이트 장관과 같은 곪은 상처는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또 하비 피트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도 명망있는 인사로 교체해야 한다.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