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난 주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달러당 115.90엔까지 올랐다.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일본 상장기업의 평균 채산환율은 달러당 115.32엔. 엔화가치가 이보다 높아지면 기업들은 수출을 할수록 밑진다는 얘기다.
엔고(高) 가속화로 일본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이이치(第一)생명 경제연구소는 달러당 115엔대가 7∼9월에도 계속되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을 0.46% 끌어내릴 것으로 추산했다. 이 연구소는 당초 올해 경제성장률을 0.3%로 전망했으나 엔고 지속으로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이다.
일본경제연구센터도 미국의 다우존스지수가 20% 하락하고 엔화가 달러당 115엔에 머물 경우 일본 GDP성장률은 0.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엔저(低)를 발판으로 V자형 경제회복을 노리던 일본은 ‘미국발 쇼크’에 발목이 잡혀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미국의 주가하락이나 달러약세가 쉽게 진정되지 않으리라는 비관적 전망이 많다는 것. 미 기업들이 손상된 신뢰를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데다 미국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무역적자 확대 저지를 위해 달러하락을 방치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엔-달러 환율이 연내에 100엔대마저 붕괴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일본 경제재정상은 20일 뉴욕증시 폭락과 관련, “미국의 자산시장 조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미 경제는 기본적으로 생산성 증가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급격하게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