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 추락의 끝은 어디인가.’ 뉴욕 증시가 언제쯤 상승세로 반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월가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조차 섣부른 전망을 꺼리고 있다. 지난해 말 9·11테러를 거뜬히 이겨낸 미국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자 가파른 주가 상승을 점쳤던 전문가들은 최근 회계부정, 기업 실적부진, 달러 약세 등의 대형 악재가 겹치면서 다우지수 8,000선 붕괴가 임박하자 할 말을 잃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올해 미국 주가가 40∼60%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증시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비관론이 우세한 가운데 최근 외신에 나타난 월가 유력 분석가 2명의 증시 전망을 정리했다.》
▼“투자자 복귀 힘들어 경기 다시 침체될듯”▼
▽더글러스 클리고트(JP모건 체이스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최근 증시 상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약세장(Bear Market)이었던 74, 75년의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많은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났으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이번 증시 폭락은 순전히 국내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올해 안에 투자자들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번 증시 폭락으로 미국 경제의 ‘이중 하락(Double Dip·침체에서 회복 조짐을 보이던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것)’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올초 미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일 때조차 실업률은 상승하는 등 불안한 징후를 계속 보여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제 2, 3차례 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달러 약세와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인플레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금리인하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게 FRB의 딜레마다.
▼“점점 바닥권에 근접 3분기부터 회복세”▼
▽에드워드 커시너(UBS워버그 증권 국제담당 수석전략가)〓미 증시는 점점 ‘바닥 도달(Capitulation)’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상승 반전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시장조사기관 인베스터 인텔리전스가 직업적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약세장 전망이 39.6%로 강세장 전망 35.4%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세장 전망이 강세장 전망보다 우세한 것은 주로 시장이 바닥을 치고 있거나 바닥 도달에 임박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해 4·4분기 증시가 크게 오를 때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추가 회계부정 사태 등 악재가 터지지 않는다면 3·4분기부터 증시는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다.
최근 증시 폭락이 미국 경제를 침체로까지 몰고 갈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 성급하다. 산업 생산, 도소매 판매 등 기업투자와 소비자지출을 나타내는 지수들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