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誌 기업파산 원인 분석]‘천재들이 불러온 몰락’

  • 입력 2002년 7월 22일 18시 05분


미국 기업들의 파산이 줄을 이으면서 ‘인재냐 조직이냐’하는 기업경영의 오랜 쟁점이 다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22일 “엔론 등 미 기업들의 줄이은 파산은 천재적인 재능의 스타 군단보다는 시스템이 기업을 건강하게 한다는 교훈을 새삼 일깨워 준다”고 지적했다.

‘스타 군단’ 이론의 주된 후원자는 컨설팅회사 매킨지. 이 회사는 “성공적인 기업은 재능이 출중한 인재를 발탁해 차별화한다”는 결론의 보고서를 여러 차례 내놓았다.

이를 가장 충실히 따른 기업이 엔론. 엔론은 90년대에 해마다 250여명의 일류 경영학석사(MBA) 출신들을 파격적인 대우로 채용했다. 그리고 전 계열사에 걸쳐 나이와 경험에 상관없이 똑똑한 사람들을 고속 승진시켰다.

뉴요커는 “이러한 인력 운영의 맹점은 일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똑똑해 보이느냐로 평가한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우수 학생의 천재성이 기업의 혁신과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맹목적으로 믿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

이와 달리 미국 항공사 중 가장 성공적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이나 올해 포천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 중 1위를 차지한 월마트, 100년 가까이 미 가정용품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프록터 앤드 갬블(P&G) 등 유수의 기업들은 인재 채용과 운용에서 이들 기업들과 극명히 대비된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MBA 출신을 거의 채용하지 않는다. 임금은 주로 연공서열에 따른다. 파격대우나 고속 승진도 거의 없다.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은 1976년 후계자를 선정하면서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40대 초반의 론 마이어는 의욕에 불타는 천재였으나 월마트의 문화에 스며들 수 없는 인재여서 탈락했다”고 그의 자서전에서 회고한 바 있다. 그는 대신 평범한 대학 출신(남부 미주리 주립대학)의 데이비드 글라스를 골랐다.

P&G에는 화려한 학벌과 경력을 자랑할 만한 스타들은 없다. 대신에 더 나은 경영시스템과 마케팅 기법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뉴요커는 “천재는 위대한 소설을 쓰고 상대성이론을 개발한다. 그러나 기업의 성공은 창조행위가 아니라 수많은 서로 다른 사람들의 노력을 조직화하고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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