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작 부실기업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신용평가회사와 빗나간 경영 컨설팅으로 오히려 경영난을 심화시킨 당사자인 컨설팅회사는 무풍지대에 놓여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신용평가회사의 ‘신용’ 도마 위에〓무디스는 지난해 12월 엔론의 파산신청 나흘 전까지도 이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에 대해 ‘투자등급’인 Baa3를 그대로 유지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신용등급도 파산신청 5일 전까지 제자리였다. 무디스는 K마트 채권에 대해서도 파산 1주일 전까지 투자 등급을 그대로 유지하다 이후 한 번에 2, 3단계씩 하향조정을 거듭해 ‘투기등급’으로 내렸다.
피치의 폴 테일러 이사는 최근 파산신청을 한 월드컴의 회계부정 스캔들과 관련해 “통신업계의 거품을 미리 알아내지 못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또 일부 투자자들은 신용평가기관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던 비방디 유니버설의 신용등급을 무리하게 깎아내려 기업 부실을 가속화시켰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기관국가공인제도(NRSRO)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무디스, S&P, 피치 등 3개사만을 NRSRO로 인정, 독점을 방조하고 있다는 것.
로렌스 화이트 뉴욕대 교수는 “이 제도를 실시한 이후 많은 신용평가사가 사라지고 3개사만 남았다”며 “NRSRO 폐지로 진입장벽을 없애고 시장이 좋은 회사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컨설팅회사의 ‘부실 컨설팅’〓부실 기업에 경영자문을 한 컨설팅회사들 역시 비난받고 있다. 엔론, 글로벌크로싱, 스위스에어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해온 매킨지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매킨지는 지난해 엔론의 붕괴 직전 경영진단보고서에서 “엔론은 각 에너지사업 분야에서 선도적인 가치 창조기업”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업계는 “컨설턴트는 경영 조언자일 뿐”이라고 해명한다. 매킨지의 라자트 굽타 이사는 “우리는 고객들에게 경영전략을 조언해줄 뿐 실행에 대한 책임은 해당 기업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러컨사의 도미니크 도드 이사는 “컨설팅사의 경영자문이 실제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고객 기업이 경영위기에 봉착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 기업의 신용평가 및 경영컨설팅 현황 | ||
기업 | 부실 현황 | 신용평가 및 경영 컨설팅 사례 |
엔론 | 법정관리신청 | 경영부실과 관련 신용등급 강등된 적 없음. 매킨지서 18년간 경영 컨설팅 실시 |
비방디 유니버설 | 최고경영자 퇴진 | 신용등급 하락으로 기업 위기 직면 |
월드컴 | 파산보호신청 | 신용평가사, 거품붕괴 예견 실패 시인 |
글로벌 크로싱 | 파산 | 매킨지서 정보기술 아웃소싱 등 경영 컨설팅 실시 |
스위스에어 | 파산 | 매킨지서 투자처 선정 등 경영 컨설팅 실시 |
<주요 신용평가사 및 컨설팅사>
▽무디스
-1900년 설립
-전 세계 16개 사무소에 800명의 애널리스트와 1700명의 직원
-2001년 수입 7억9700만달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1860년 설립
-전 세계 40개 사무소에 1200명의애널리스트와 5000명의 직원
-모회사인 맥그로힐 1999년 매출 40억달러
▽피치
-1913년 설립
-전 세계 40개 사무소에 1200명의 직원
-1600개 금융기관과 1000개
회사 및 1만7000개 채권에 대한 신용정보 제공
▽매킨지
-1926년 설립
-전 세계 84개 지점에 7700명의 컨설턴트
-2001년 수익 33억달러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