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민들은 대통령의 휴가에 관한 한 대체로 관대한 편.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30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28일을 여름 휴가로 쉰 적이 있다.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도 1991년 휴가지인 메인주 케네벙크포트에서 걸프전을 지휘했었다. 이 같은 휴가 관행은 대통령이 백악관을 오래 비워도 별 탈이 없을 정도로 미국은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임을 입증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일각에서는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한 달이나 쉬겠다는 것은 국민을 너무 가볍게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패리스 글렌데닝 메릴랜드 주지사는 23일 “국민은 금융·국제 위기에 적극 개입하는 대통령의 지도력 대신에 하루 걸러 목장에서 전송되는 사진들이나 보게 될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이에 대해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부적절하고 실망스러운 발언”이라면서 “대통령의 업무장소가 워싱턴에서 텍사스로 옮겨지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처럼 ‘일하는 휴가’라는 것이다.
어쨌든 부시 대통령의 장기 휴가와 함께 워싱턴 정가도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하한기(夏閑期)에 접어들게 됐다. 딕 체니 부통령은 서부 와이오밍주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고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행정부 수뇌부와 백악관 수석 참모들도 저마다 휴가지로 떠난다. 상원은 8월5일∼9월3일, 하원은 7월29일∼9월2일까지 휴회한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