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공화당 정쟁 격화…회계부정 파문 중간선거 핵심쟁점

  • 입력 2002년 7월 25일 18시 59분


미국 기업들의 잇단 회계부정 사건이 11월 5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비화되면서 파문이 눈덩이처럼 확산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회계부정에 대한 엄정한 감시와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발표하는 등 사태 진화에 부심하고 있으나 자신은 물론 딕 체니 부통령까지도 과거 민간 기업에 있을 때 회계부정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채 해소되지 않아 여론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증권거래위원회 움직임〓하비 피트 증권거래위원장은 24일 체니 부통령이 최고경영자로 있던 석유회사 핼리버튼의 회계부정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필요할 경우 의법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피트 위원장은 이날 NBC방송의 시사토크쇼 ‘언론과의 만남’에 출연, “핼리버튼사에 문제점이 있다면 우리는 이를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어느 누구도 특별 대우를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가 위원장을 맡은 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더욱 효율적이고 적극적으로 기업과 중역, 회계사들을 조사하고 처벌해 왔다”고 말해 자신에 대한 사임 압력을 일축했다.

한편 핼리버튼사의 최고경영자인 데이비드 레사르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22일자)와의 회견에서 “체니 부통령이 회사에 재직하고 있을 당시 비용 초과분을 수입으로 계상하고 있던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격화되는 정쟁〓민주당은 회계부정 사건의 여파로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최근 9·11 테러 이후 처음으로 70%이하로 추락한데 고무돼 부시 행정부에 대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 토머스 대슐리 상원의원 등 민주당 지도부는 “회계 부정이 그동안 간과됐던 것은 공화당의 친기업적 행태와 무관치 않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민주당 내에도 특정 기업의 주식이 폭락하기 전에 주식을 처분, 이익을 챙긴 사례가 있다”고 반격하면서 선거를 의식한 당파적 공격을 자제하고 경제 안보 등 국정 현안에 초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상원의 의석분포는 민주 50, 공화 49, 무소속 1석이고, 하원은 민주 209, 공화 221, 무소속 2석에 공석 3이다. 상원 34석과 하원 435명 전원 및 주지사 36명을 교체하는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간 세력의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양당은 회계부정 공방에 사활을 걸고 있다.

▽회계부정 사건 조사〓장거리 전화회사 월드컴의 회계부정 사건을 조사중인 하원 에너지 상업 위원회의 빌리 토진 위원장은 24일 이 회사의 회계부정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초가 아니라 이보다 1년 앞선 2000년 4월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 회사로부터 제출 받은 서류들을 분석한 결과 회사 감사가 내부적으로 회계에 문제가 있음을 제기했으나 경리 실무자가 이를 묵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부시 대통령이 90년 6월 유전개발업체인 하켄 에너지의 주식을 매각하기 16일 전에 이 회사의 손익 추정치에 대해 주간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주가가 하락할 것임을 미리 알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팀의 구단주였다.

미 의회 회계부정근절 법안 요지
▼공공기업 회계 관련 기준 마련, 준수 여부 조사할 감독위원회 설립
▼회계업체의 컨설팅 서비스 제공 금지
▼기업최고경영자와최고재무책임자에게재무제표의정확성을보증하도록개인적 책임 부과
▼기업의 회계부정으로 손실 본 투자자들에게 배상하기 위한 연방투자자배상계좌 신설
▼기업의 재정적 건전성에 변화를 초래할 사건 발생시 즉각 공개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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