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SEC는 24일(이하 현지시간) 회계부정 스캔들과 관련해 월가의 12개 대형은행들이 증권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SEC의 발표는 세계 최대의 복합 미디어 그룹인 미국의 AOL타임워너가 회계부정 혐의로 SEC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시인한 가운데 나왔다.
SEC의 스티븐 커틀러 감리국장은 “투자은행 12개 가량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면서 “SEC의 감리국과 규정준수국에서 상당한 인력이 투입돼 증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가 착실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사대상 은행들을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미 언론은 씨티그룹, 모건 스탠리, 골드만 삭스 등이 조사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론 스캔들을 조사중인 미 상원 행정위 특위 관계자는 23일 “일부 은행이 막대한 수수료와 함께 다른 거래에서 우대를 받는 대가로 엔론의 변칙 회계를 돕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AOL타임워너의 리처드 파슨스 최고경영자는 24일 투자자들과 가진 화상회의에서 “SEC의 조사를 받고 있으나 우리는 미국의 일반회계관행(GAAP)에 입각해 모든 거래를 처리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18일 AOL측이 광고매출 부풀리기와 온라인 수익계정 조작을 통해 투자자들을 기만했다고 폭로했었다.
▽아델피아 전 최고경영자(CEO) 긴급 체포〓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10일 설치된 기업범죄 특별수사팀은 24일 미국 6위의 케이블TV업체인 아델피아의 설립자이자 전 CEO인 존 리가스와 그의 두 아들을 비롯한 전 경영진 5명을 사기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지난달 미 기업 사상 다섯 번째로 큰 규모의 파산보호 신청을 낸 아델피아는 SEC 조사 결과 27억달러에 이르는 부외부채(투자자들에게 발표한 회계장부상에 나타나지 않는 숨겨놓은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체포된 다섯 명은 아델피아가 99년 케이블TV 시스템을 무리하게 사들이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성장성이 높은 기업으로 보이도록 부채규모를 속여왔다.
또 리가스 전 회장의 아들 티모시 리가스는 아델피아의 재무분야를 담당하고 마이클 리가스는 영업부문을 맡으면서 회사자금을 유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3부자는 회사 대출을 받아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이를 자회사와의 거래인 것처럼 회계처리하기도 했다.
미 언론은 이들에 대한 각종 사기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고 100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특별수사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래리 톰슨 미 법무차관은 체포된 리가스 전 회장 부자를 “뻔뻔스런 도둑들”이라고 비난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