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로봇의 이름은 그레이스(Grace)로, 카네기 멜런 대학 연구팀이 주축이 되어 개발했다. 이 이름은 `회의에 참가하는 졸업생 로봇(Graduate Robot Attending Conference)'이라는 뜻의 합성어로서, 우연찮게도 `품위'라는 뜻의 영어단어와도 철자가 같다.
그레이스는 28일부터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리는 미국 인공지능협회(AAAI)에 참석해 대중 앞에 첫선을 보인다.
키 2m, 드럼형태의 몸체에 애니메이션이 나타나는 컴퓨터 모니터 얼굴을 갖춘 그레이스는 회의장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익힌 매너와 재주를 과시할 예정이다. 우선 회의장 등록 데스크에서 사인을 하고 회의실을 찾아가며 연설과 질의에 대한 답변을 하게 된다.
이 회의에서는 다른 로봇들도 참가해 턱시도 차림으로 전채요리를 나르는 등 사람들 사이에서 안전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줄 예정이지만 리모컨 없이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은 그레이스가 유일하다.
주로 남자들인 그레이스의 창조자들은 이 로봇을 여자로 디자인했지만 적어도 형태 면에서는 그다지 여자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팔이나 다리는 없고 일자형 몸매에 태양빛 감지판과 검은색 플라스틱 범퍼를 갖춘 그레이스는 바퀴로 이동하며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에는 오르지 못한다.
여자다운 점이라면 자동반복되는 전화 교환수같은 목소리와 크고 푸른 눈, 높이 솟은 광대뼈가 두드러진 하트 모양의 애니메이션 얼굴 정도. 음성과 입술 움직임이 잘 일치하지 않아 서툴게 더빙된 외국영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그레이스는 그러나 레이저와 태양빛 감지장치를 이용해 거리를 인식, 사람들 사이를 움직일 수 있으며 카메라 시각 시스템, 음성 인식시스템은 사람들의 몸짓과 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그리고 인공지능 두뇌는 이 모든 정보를 종합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알려주게 돼 있다.
그레이스가 설계된대로 이 모든 동작을 이름만큼 품위있게 해 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레이스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한 카네기 멜런 대학의 컴퓨터과학자 리드 시몬스는 그레이스가 이 모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확률을 50% 정도로 내다봤다.
시몬스는 여자들이 남자에 비해 의사소통 능력은 더 뛰어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그레이스를 여자로 만들었다면서 연극전공 학생들에게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도록 `그녀'를 가르쳐 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카네기 멜런 대학의 연구팀은 궁극적으로 사람을 인식해 질문을 함으로써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그레이스를 가르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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