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부시, 회계부정 남의 탓만…”

  • 입력 2002년 7월 29일 17시 53분


최근 미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기업 회계부정 스캔들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을 보이며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임한 전직 대통령들이 후임 정권에 관해 비판을 삼가는 관례를 깨고 26일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회계부정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의 WJLA TV와의 회견에서 “그 사람들(부시 행정부)은 책임을 지기 위해 출마했으나 여러분이 책임을 추궁하자 곧바로 남을 탓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회계 부정은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도 있었고 취임 후에도 있었으나 차이점은 나는 이를 시정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려 했고 그들은 이를 중단시켰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98년 회계부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을 때 엔론사가 거래하는 회계회사로부터 컨설팅 서비스를 받는 관행을 중단시키려했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실패했다며 “당시 핵심 로비스트는 하비 피트 현 증권거래위원장이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피트 위원장은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그 자리에 임명됐다”고 말한 바 있다. 부시 행정부의 관리들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회계부정은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해왔다.

백악관의 스콧 스탄젤 공보관은 28일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전직 대통령들은 국익을 위해 행동하지 당파적 이익을 좇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오랜 전통”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짐 다이크 공보관은 “공격과 정치화는 클린턴의 전형적인 대응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짐 호글랜드는 이날 ‘음치 경제팀’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부시 대통령은 음을 구분해 듣지 못하는 사람들로 내각을 채웠다”며 “그들은 증시와 언론은 물론 측근들이 애써 전달하려는 말조차 알아듣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칼럼은 또 폴 오닐 재무부장관의 신뢰도는 무의미한 수준으로 감소했으나 그보다 더 심한 사례는 회계부정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자신의 자리를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봉급도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다 부시 대통령에게 거절당한 피트 증권거래위원장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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