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 6개국 중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3개국은 인구의 대부분이 이슬람신도이고 태국과 싱가포르 필리핀은 이슬람 세력과 정부의 갈등이 내연하고 있거나 내전 양상이 확산되고 있는 곳이다. 9·11 테러의 예비음모도 2001년 1월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알 카에다 비밀회합에서 시작됐다.
미국은 아프간전쟁 이후 이 지역이 새로운 알 카에다 잔당의 온상이 될 것으로 보고 이 곳을 ‘제2전선’으로 간주하고 있다. 파월 장관은 일단 대테러전쟁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와 재정적 지원을 확보하는 데 순방 목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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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관리들은 29일 미국과 반테러 협약에 관한 협약 초안을 마련해 30일과 31일 ARF 회의에서의 서명을 앞두고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협약 초안은 반테러 선언이 ‘정보의 공유를 통한 국제 테러의 예방, 저지 투쟁에 관한 기본틀’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파월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알 카에다의 위협에 대비해 이 지역에 미군의 주둔을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점증하고 있는 반미감정을 잠재우고 99년 이후 단절된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잠재적인 미군 주둔 요구에 대해 동남아 국가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태국은 미군의 주둔으로 97년 이후 경제회복의 관건이 되고 있는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탁신 시나와트라 총리는 파월 장관의 방문을 앞두고 “태국 영토에는 어떤 전투적 그룹도 활동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는 “알 카에다가 우리 영토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첩보를 내놓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 안 있으면 오사마 빈 라덴을 목격했다고 주장하게 될 것”이라고 첩보의 부정확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대테러전쟁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사이드 하미드 알바르 외무장관도 28일 아세안은 대테러 조치에 대한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이 지역의 미군 주둔을 허용할지에 대해서는 말을 흐렸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파월 장관은 순방 직전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어떤 국가도 알 카에다 세력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며 “그런 환경을 최대한 이용하려 할 알 카에다는 해당 국가에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