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명사들의 사교장 ‘러시안티룸’문닫아

  • 입력 2002년 7월 29일 17시 58분


76년간 미국 명사들의 사교장이자 영화 촬영장소로 명성을 쌓아 온 미국 맨해튼의 유서 깊은 고급식당 ‘러시안 티 룸(사진)’이 28일 마지막 영업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소유주 제니퍼 르로이는 “9·11 테러와 경제 불황으로 경영 압박을 받아 왔다”며 폐업을 발표했다고 AP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이 식당은 4개층마다 주제를 달리하는 화려한 장식과 피카소, 칸딘스키, 샤갈 등 거장들의 그림을 소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1층은 러시아풍의 붉은색으로 장식했으며 2층에는 거대한 곰 모양의 수족관이 유명하다. 3층은 화려한 유리장식으로 꾸몄고 4층은 크렘린을 모델로 했다.

1926년 옛 러시아제국 발레단이 뉴욕 카네기홀 근처에 이 식당을 처음 연 이래 러시아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영화배우, 문화계 인사들이 단골로 이곳을 이용했다.

더스틴 호프먼이 주연한 영화 ‘투씨’의 촬영장소로 사용됐으며 마릴린 먼로와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왕년의 명배우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마이클 더글러스와 캐서린 제타존스 커플도 즐겨 찾았다. 마돈나는 한때 이 식당의 외투 보관실에서 일하기도 했다.

현 소유주의 아버지인 워너 르노이가 97년 식당을 인수한 뒤 99년부터 3년간 3000만달러를 들여 완전히 새단장했지만 결국 불황에 밀려 문을 닫게 됐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