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이자 세계 3대 미디어 그룹인 ‘베르텔스만(Bertelsmann)’의 최고경영자(CEO)였던 그가 28일 전격 교체되자 그의 앞으로의 거취를 두고 독일 재계와 언론이 소란스럽다.
베를린의 지역 일간지인 베를리너 쿠리어 29일자는 미델호프가 유럽 최대 통신업체인 ‘도이체 텔레콤(Deutsche Telekom)’ 회장으로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도이체 텔레콤 대변인은 “추측일 뿐”이라고 반박했으나 슈피겔과 포쿠스 등 주요 언론들은 미델호프가 도이체 텔레콤 총수 자리에 오를 것이 확실하다며 베를리너 쿠리어의 보도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최대 일간지 빌트는 29일 미델호프의 측근과 동료의 말을 인용, “미델호프가 AOL타임워너로 옮기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미 AOL타임워너 측과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EO 한 명의 교체로 독일 언론이 이처럼 부산을 떠는 것은 미델호프의 놀라운 역량 때문.
1986년 그의 입사 때만 해도 재무구조가 탄탄한 중견 출판사에 불과했던 베르텔스만은 그가 CEO를 맡으면서 세계 3대 미디어 그룹으로 급성장했다.
하루 4시간만 자는 일벌레인 미델호프는 94년 이사가 된 이후 ‘디지털의 미래’를 확신하고 95년 AOL타임워너사에 과감한 투자를 주도했다. 그는 97년 44세의 나이로 베르텔스만의 CEO에 지명돼 보수적인 독일 재계에 충격을 안겼다. 베르텔스만으로서는 디지털과 인터넷이 각광을 받기 전부터 뉴미디어 부문에 과감한 투자를 주장해온 미델호프의 혜안에 대한 평가였다.
그러나 인터넷과 신경제에 대한 신화가 무너지면서 미델호프의 지나친 디지털 확신론은 베르텔스만의 대주주 등과 알력을 빚게 됐다. 결국 베르텔스만은 28일 감사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귄터 틸렌(57)을 미델호프의 후임 CEO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미델호프가 최근 주가폭락과 론 좀머 회장 사임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도이체 텔레콤의 ‘소방수 CEO’가 될지, AOL타임워너로 옮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가 신경제의 신화가 무너지면서 최근 몰락한 장 마리 메시에 전 비벤디 유니버설 회장과 같은 처지에 놓일지, 새로운 변신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