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휴대전화 신종 스팸메일 극성

  • 입력 2002년 7월 30일 18시 51분


새벽녘 휴대전화. 벨이 한번 울리고 끊어진다. 휴대전화에 남겨진 발신자 전화번호는 처음 보는 번호. 이 새벽에 무슨 급한 일일까 궁금해하며 전화를 걸어본다. 상대편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안내는 이렇다. “멋진 여성과 남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여성은 1번, 남성은 2번을 눌러주세요.” 피가 거꾸로 솟고 잠도 오지 않는다.

요즘 일본에서는 이런 ‘단발 착신음’ 전화를 받아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 한때 스팸메일이 극성이 부린 데 이어 휴대전화로 동시대량 광고를 무차별적으로 보내는 악덕업자들이 활개치고 있는 것. 최근에는 이런 단발 착신음 전화가 집중돼 몇 시간 동안 시내전화가 불통되는 등 통신장애가 잇따라 발생, NTT 등 통신회사와 경찰이 대책마련에 나섰다.

‘단발 착신음’ 상술은 벨을 한번만 울리고 끊기 때문에 거는 업자측에서는 전혀 비용이 들지 않는다. 발신자 번호를 남기면 수신자가 다시 전화를 걸기 때문에 수신자 비용부담이 된다. 게다가 컴퓨터 등을 활용하면 한 회선으로 동시에 400만통까지 전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스팸메일처럼 손쉽게 광고를 할 수 있다. 대부분 성인음란물 광고업체들로 수신자가 전화해 잘못 다이얼을 누르면 거액의 사용료를 물어야 한다.

수신자들의 불편도 불편이지만 이로 인한 통신장애가 더욱 큰 문제로 떠올랐다. 29일 오사카(大阪)에서는 오전 10시경부터 4시간반동안 시내전화가 불통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NTT가 서둘러 원인을 조사한 결과 ‘단발 착신음’ 수만통이 동시에 접속돼 회선장애가 발생했기 때문. NTT는 해당업자의 전화회선에 대해 사용정지 처분을 내리는 한편 형사고발과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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