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독신남성 ‘중국마누라’ 열풍

  • 입력 2002년 8월 1일 17시 58분


50을 눈앞에 둔 다카기 마사카주는 지난해 10월 인터넷 결혼 알선업체를 통해 중국에서 신부를 데려왔다. 한자(漢字)를 써가며 겨우 의사소통을 하고 있지만 다카기씨 부부는 행복하다. 다카기씨는 “일본 여성들이 나처럼 나이 든 남성과 결혼하려 하지 않는 데다 내세우는 조건도 까다롭다”고 말했다.

일본의 독신 남성들에게 중국 여성들이 부인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국제결혼은 단일민족 의식이 뿌리깊은 일본에서는 다소 생소한 일. 그러나 지난 10년새 일본에서 중국인 배우자의 수는 10배로 늘었다. 국제결혼 주선업체 200여개 가운데 중국전문업체가 절반이 넘는다. 중국 이민자들을 ‘인종 오염의 주범’이라고 깎아 내린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주지사의 발언이 무색할 정도다.

‘중국 마누라’ 열풍은 80년대 시작된 국제결혼 붐과 무관치 않다. 농촌총각을 중심으로 일본인 신부를 찾기가 힘들어지자 한국 필리핀 등에서 ‘처녀 수입’이 늘기 시작한 것. 한 결혼 알선업체 직원은 “10년전만 해도 한국 여성들이 인기였지만 한국경제 성장 이후 중국 여성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인과 외모나 문화적으로 비슷하다는 장점 외에 중국에 대한 이미지 변화도 중국 여성과의 결혼이 늘어나는 한 원인이다. 일본적십자대의 가족문제 전문가인 숀 커틴은 “중국을 위협세력으로 인식하는 정부와는 달리 젊은 층은 중국에 대해 상당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0년간 일본인구가 2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제결혼을 통한 이민자 유입은 ‘국가 생존과도 관계되는 문제’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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