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大 荒…北京사는 노처녀들 황량한 마음 달래는 모임

  • 입력 2002년 8월 5일 15시 02분


‘베이다황(北大荒).’

언뜻 중국 무협영화의 제목처럼 들린다. 하지만 아니다. 베이징(北京)의 독신 여성단체 이름이다. 베이다황은 ‘베이징에 사는 30대 전후의 노처녀(大齡)로서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없어서 쓸쓸한(荒) 사람’이라는 뜻.

신화통신이 5일 소개한 바에 따르면 베이다황 회원은 패션, TV 방송국, 영화, 의상 디자인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미모의 젊은 여성들. 현재 수십명이 가입했지만 신분은 비밀이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명문 대학을 나왔고, 수입이 만만치 않으며, 나름대로 사회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

패션쇼나 방송, 영화 등 현장에서 일을 통해 알게 된 독신 여성들이 서로의 처지를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나기 시작한 것이 모임 결성의 계기. 이들은 독신이긴 하지만 독신주의자는 아니다. 남자들과 어울리는 데 대해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편이다. 회원들끼리 만나면 일 얘기도 하지만 이성 문제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의견을 주고받는다.

딱 하나 금기사항이 있다. ‘고독을 얘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 “외로움을 얘기한다고 해서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서로가 즐겁자고 만나는 것이다”는 게 이들의 설명.

중화여자학원의 자오펑란(趙風蘭) 교수는 “독신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줄어들고 여성들의 경제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앞으로 능력 있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베이다황 현상’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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