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美 스톡옵션 논란 가열

  • 입력 2002년 8월 9일 18시 42분


:스톡옵션(Stock Option·주식매입선택권):

회사가 임직원들에게 자사 주식을 일정 가격에 살 수 있는 ‘옵션(선택권)’을 주는 것. 회사는 옵션을 제공할 때 주식 매입 가격을 매우 낮게 책정하기 때문에 임직원들은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남기거나 상장 등으로 주식값이 크게 오를 경우 많은 차익을 챙길 수 있다. 회사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주로 쓰는 보상제도로 임직원들은 특정 기간이 지난 뒤 주식을 시가대로 팔 수 있다.

▼씨티그룹 ‘수용’ 인텔은 ‘反旗’▼

미국 재계의 주식매입선택권(스톡옵션) 비용처리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 최대 금융서비스업체인 씨티그룹은 스톡옵션을 회계장부상 비용으로 처리하겠다고 7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스톡옵션을 비용처리키로 한 기업은 제너럴 일렉트릭, 제너럴 모터스, 코카콜라, 프록터 앤드 갬블(P&G) 등을 포함해 모두 30여개 업체로 늘어났다.

반면 스톡옵션 비용처리에 반기를 드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시스코시스템스에 이어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은 스톡옵션을 비용처리하지 않기로 했다고 8일 발표했다. 대신 인텔은 분기별 손익계산서에 스톡옵션 현황을 상세히 기재하겠다고 밝혔다.

스톡옵션 비용처리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스톡옵션을 회계장부상 비용에 포함시킬 경우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 특히 실리콘밸리의 첨단기업들은 현금이 부족했던 설립 초기 때부터 인재 유치를 위해 스톡옵션을 대거 제공해 왔기 때문에 이익감소 폭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증권사 메릴린치의 조사에 따르면 스톡옵션을 비용처리할 경우 코카콜라의 지난해 이익은 2%밖에 줄지 않는 반면 인텔과 MS의 이익은 각각 80%와 44%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톡옵션 비용처리를 반대하는 기업들은 주가가 매일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행사되지 않는 옵션 주식의 가치를 산정할 수 있는 공정한 방법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고위경영진에 대한 거액의 스톡옵션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사실 일반 직원들 역시 스톡옵션의 수혜자라는 것도 이들의 주장이다.

첨단기업들의 강력한 로비로 인해 지난달 25일 상하 양원을 통과한 기업개혁법안에는 스톡옵션 비용처리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의회에서는 토머스 대슐리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 등 중진 의원들이 스톡옵션 비용처리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엔론, 월드컴 등의 회계부정사건 이후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스톡옵션의 비용처리가 대세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의회가 나서느냐 정부기관인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가 나서느냐 하는 문제만 남아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 FASB는 7일 기업들에 스톡옵션이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명확히 밝히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 방안은 스톡옵션 비용처리 의무화에는 못미치지만 손익계산서 앞쪽에 스톡옵션에 따른 이익변동 상황을 분명히 밝히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FASB는 93년 스톡옵션 비용처리 의무화를 추진하다가 기업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스톡옵션 내용을 손익계산서 뒤쪽에 각주(脚註) 처리하도록 하는 권고안을 확정했었다.

스톡옵션 비용처리 주요기업 입장
▲비용처리 하기로 한 기업
코카콜라 ,씨티그룹, P&G
제너럴 일렉트릭, 제너럴 모터스
아마존, 워싱턴포스트, 뱅크원
프린시펄 파이낸셜, 패니매·프레디맥
▲비용처리 하지않기로 한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인텔,시스코시스템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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