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한드로 톨레도 페루 대통령이 13일 전국에 생방송된 TV 연설을 통해 자신의 부인 엘리안느 카프 여사를 거들고 나섰다.
카프 여사는 페루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 방코 위에제 수다메리스에서 지난해 1월부터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한달에 1만달러를 받아왔다. 이 사실이 폭로되면서 야당이 벌떼처럼 일어나 정치 공세를 펴자 톨레도 대통령이 카프 여사를 변호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것.
톨레도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모든 것을 떠나 그녀는 나의 부인이며 나는 그녀가 (영부인으로서)존중받기를 요구한다"고 야권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야권은 거액을 받고 이 은행을 위해 일하는 카프 여사가 대통령 부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야당 정치인인 호세 바르바 의원은 "의회차원의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벨기에 태생인 카프 여사는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5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명문 스탠포드 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해 박사학위까지 받은 여성이다. 그녀는 97년부터 3년 넘게 세계은행에서 농업정책을 자문하는 컨설턴트로 일하기도 했다.
정치평론가인 미르코 라우어는 "카프 여사가 체결한 계약이 불법은 아니지만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가난한 페루 사람들의 신경을 건드렸다."고 꼬집었다.
타히티에서 딸과 함께 휴가를 보내다 돌아온 카프 여사는 비서를 통해 "그들이 뭐라고 떠들든 나는 앞으로 4년동안(톨레도의 임기) 여러분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루 인디언과 흑인 문제를 담당하는 정부위원회에서 보수를 받지 않고 일해온 그녀는 이를 유급직으로 만들어 달라고 남편에게 요구했다는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톨레도의 ‘외조(外助)’가 페루 국민들에게 먹혀들 것인가. 그러나 최근 톨레도는 라틴국가 대통령들중 가장 많은 미화 1만8000달러의 월급을 받아왔다는 사실이 폭로돼 인기가 급락하고 있는 중이다.
최영훈기자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