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한드로 톨레도 페루 대통령(오른쪽)이 13일 TV 연설을 통해 부인 엘리안 카프 여사를 거들고 나섰다. 카프 여사는 페루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에서 지난해 1월부터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월 미화 1만달러를 받아왔다. 이 사실이 폭로되면서 야당이 벌떼처럼 일어나자 톨레도 대통령이 카프 여사의 변호를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것.
그는 TV 연설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모든 것을 떠나 그녀는 나의 부인이며 나는 그녀가 존중받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호세 바르바 의원은 카프 여사가 대통령 부인 지위를 이용해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의회 차원의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벨기에 태생인 카프 여사는 5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인류학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래서 힐러리 클린턴이나 에바 페론에 비견되기도 한다.
한 정치평론가는 “계약이 불법은 아니지만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가난한 페루사람들의 신경을 건드렸다”고 꼬집었다.
타히티에서 딸과 함께 휴가를 보내다 돌아온 카프 여사는 “그들이 뭐라고 하든 나는 4년 동안(톨레도 대통령의 임기)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위원회에서 무급으로 일해온 그녀는 이를 유급직으로 만들어 달라고 남편에게 요구했다는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톨레도 대통령의 ‘외조(外助)’가 페루 국민에게 먹혀들 것인가. 최근 톨레도 대통령은 라틴국가 대통령들 중 가장 많은 봉급(월 미화 1만8000달러)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나 몇주째 인기가 급락 중이다.
최영훈기자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