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版 킬링필드?…“탈레반 포로 1000명 질식사”

  • 입력 2002년 8월 19일 18시 37분


‘북부동맹군이 탈레반 포로 1000명을 대형 컨테이너에 넣고 질식사시켰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다룬 뉴스위크 최신호(26일자)는 커버스토리에서 지난해 11월 쿤두즈에서 항복한 탈레반 포로 1000명 이상이 의도적으로 살해당했다며 이에 대한 미국 정부와 국제단체들의 책임 문제를 집중 해부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모하메드는 지난해 11월 탈레반 포로를 시바르간 감옥으로 이송하는 컨테이너 트럭 운전사로 지명됐다. 그는 출발 전날 밤인 11월 28일 약속장소에 도착, 수백여명의 탈레반 포로들이 옷이 벗겨진 채 컨테이너에 실리는 것을 목격했다.

‘자비’를 호소하는 탈레반 포로의 말에 마음이 흔들린 모하메드는 감시의 눈을 피해 컨테이너에 공기 구멍을 뚫어주고 몰래 식량도 넣어줬다.

그러나 자신의 트럭에 탄 포로들을 도우려 했던 또 다른 운전사는 발각돼 군인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한 뒤 감금됐다.

컨테이너 속은 점차 지옥으로 바뀌었다. 벽을 치며 살려달라고 외치던 탈레반 포로들의 고함은 시간이 지나면서 잠잠해져 갔다.

“갈증으로 미칠 것 같았다. 목을 축이려고 서로 땀을 핥았다. 다시 몇 시간이 흐르자 모두 이성을 잃었다. 감옥에 도착했을 때 살아남은 자는 40명에 불과했다. 운전사가 컨테이너 문을 열자 축 늘어진 시체가 생선들처럼 쏟아져 나왔다.”(생존 탈레반 병사의 증언)

시체들은 시바르간 감옥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다슈트이레일리에 매장됐다. 인근 마을 주민은 군인들이 불도저로 매장 작업을 하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희생된 탈레반 포로의 수는 96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당시 북부동맹을 지휘했던 라시드 도스툼 장군의 대변인은 “100∼120명 정도가 부상을 당한 채 이송되던 도중 사망했을 뿐”이라며 컨테이너 집단질식사를 완강히 부인했다.

미국이 집단질식사에 직접 가담했다는 물증은 없다. 그러나 미국이 책임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미 특수부대 병력이 당시 적어도 3일간은 문제의 시바르간 지역에 있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집단 학살의 진실을 입증하는 유엔의 비망록도 있다. 이 문서는 “시바르간 학살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임을 고려, 명확한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어떤 조치도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유엔마저 이 문제를 잠정 은폐하려 했다는 인상을 준다.

아프간 인권회의 관계자는 “적십자사측에 이 문제를 조사할 것을 거듭 촉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반응뿐이었다”고 말했다. 다슈트이레일리의 학살은 아프간 전쟁의 ‘더러운 비밀’중 하나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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