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경찰은 ‘민주 이라크 반군’이라고 자칭하는 단체 소속원들이 베를린 서쪽 교외 젤렌도르프에 있는 이라크대사관에 진입해 10명의 인질을 억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대변인은 “인질에는 이라크 대사도 포함돼 있다”며 “이들이 대사관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대사관 직원 2명이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사관 주변 주민들의 신고로 이날 오후 2시45분(한국시간 밤 9시45분) 현장에 출동해 주변 도로를 봉쇄하고 건물을 에워싼 채 대치하고 있다.
‘민주 이라크 반군’이라고 밝힌 이 단체는 사건 직후 성명을 통해 “사랑하는 조국(이라크)의 해방을 위한 첫걸음으로 대사관을 점거했다”며 “우리의 행동은 평화적이고 일시적이다. 우리의 길은 바그다드의 해방이다”라고 밝혔다. 목격자들은 방탄 조끼를 입은 경찰 수십명이 대사관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에 있는 반이라크 단체 ‘이라크 국민회의’ 대변인은 “이라크 반정부군이 이라크 국외에서 무장행동을 취한 적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며 “대사관을 점거한 이 단체는 수개월 전에 독일 내 이라크인들로 결성된 새로운 단체”라고 밝혔다.
이라크 반체제 세력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미국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이번 사건을 일으킨 단체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